“중국 제약회사와 투자회사에서 미국 바이오 기업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기 연구 단계에서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리고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게리 브렁크(사진) 루미라캐피털 상무는 미국 현지의 바이오 투자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루미라캐피털은 25년 넘게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VC)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루미라캐피털이 투자한 주요 업체로는 지난 2011년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인수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개발 기업 ‘파마셋’이 있다.
보스턴 지사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브렁크 상무는 “최근 중국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회사에서 미국·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바이오 회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돈을 해외로 유출하는 데 제한을 두면서 지금은 잠시 주춤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차이나머니가 미국 바이오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분석정보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중국 VC가 올 1·4분기에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14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VC 투자금의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미 미국에서 몸값 높은 바이오 스타트업에 중국 투자금이 몰리는 ‘골드러시’가 진행 중이다. 직접 신약 연구개발(R&D)에 뛰어드는 동시에 해외의 혁신 기술을 쓸어담으려는 중국의 시도는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기 R&D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브렁크 상무의 주장이다. 그는 “제품의 국제 특허를 일찍 출원해 확보해야 한다”면서 “초기 창업 멤버들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렁크 상무는 정형외과용 인공 로봇 수술 시스템을 개발한 ‘마코’에 일찍이 투자해 기업공개(IPO)로 이끈 주역으로 손꼽힌다. 그는 “보스턴은 대학과 병원, 글로벌 제약사의 R&D 센터, 다수의 VC가 모인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라며 “의료비를 낮추면서 환자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회사를 선정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보스턴=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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