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남아공의 한 주스 제조사는 최근 매물로 나온 웅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업체 헬스밸런스를 비교, 검토한 결과 웅진식품 인수에 나서기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식품은 한국 외 주변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성이 있고 주력 상품인 과일 주스는 남아공의 질 좋은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웅진식품 인수전에 뛰어든 남아공 주스업체는 현지 시장점유율 최상위권 업체다. 남아공은 지난 4월부터 정부가 과즙 100% 음료가 아닌 주스나 콜라에 설탕세를 부과하면서 탄산음료 시장은 5% 이상 위축되고 생수와 100% 과일주스 등 건강음료 시장이 연 평균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소비자의 선호가 커지면서 주스 이외에 웅진식품의 주력상품인 알로에 음료나 홍차·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웅진식품은 남아공에서 값싸게 생산되는 과일의 수출통로가 될 수도 있다. 남아공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세레스’는 국내에도 프리미엄급 주스로 판매된다. 남아공의 주요 과일 수출 기업인 골든하베스트와 케이프시트러스 등의 기업은 감귤류 중심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배송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무역관에 따르면 5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식음료 박람회에서 다양한 맛의 알로에 음료와 무지방·무가당 등 첨가물이 없는 과일주스, 커피머신을 비롯해 포장된 커피 음료인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인기를 모았다. 웅진식품의 주력 제품인 ‘자연은’ 시리즈와 ‘하늘보리’를 비롯해 지난해 커피스미스와 협력해 내놓은 RTD 커피 음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의 남아공 대상 커피 수출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28%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공은 감귤류를 중심으로 낮은 비용에 질 좋은 과일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아시아에 수출하기 위한 인수 대상으로 주스 제조사를 찾는 중에 한국까지 제안이 들어왔다”며 “배송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미 남미를 중심으로 국산보다 싼 농산물이 손쉽게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웅진식품 매각이 국내에서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한 것도 해외 매수자에 눈길을 끄는 이유다. 매각 측은 3,000억원대 초반의 매각가를 희망하지만 매수자 측은 2,000억원대 초중반을 적정선으로 여기고 있다. 농심(004370)·동원(003580) 등 식음료 업체는 제안을 거부했고 현대그룹과 동아오츠카 등 표면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기업도 가격과 안정성 등의 측면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인수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LG생활건강(051900)이 입찰 무산 후 가격이 하락했을 때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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