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는 것을 아끼는 ‘허리띠 졸라매기’가 확산되면서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떨어지고 있다.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의 성장 기여도 하락은 성장의 기반이 취약해지고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민간소비 기여도는 지난해 0.5%포인트 안팎을 유지하다 올해 1·4분기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수출 기여율은 1.8%포인트에 달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반도체와 같은 일부 수출품에 의지하고 있으며 경제의 근간인 소비가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내구재 소비는 양호한 반면 비내구재 소비는 전례 없이 위축돼 있다는 점이다. 1·4분기 내구재 소비는 전기보다 10.2% 급증한 반면 비내구재 소비는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해 1·4분기 이후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서비스 소비도 0.2% 줄었다. 내구재는 주로 대기업의 생산품인 반면 비내구재나 서비스업은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매출과 직결된다. 소비 감소에 따른 피해를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를 감안하면 더욱 심각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급감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귀환하면서 1·4분기 외국인 국내 소비지출은 전기보다 5.4% 증가했다. 지난해 4·4분기 -1.1%에서 한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 경제전문가는 “ 국내 소비 기여도가 꺾였다는 것은 내국인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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