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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경영 25주년' 기념도 못한 삼성

한재영 산업부 기자

산업부 한재영 기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뭘 하든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최선입니다.”

7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 25주년을 맞았다. 강도 높은 자기혁신 주문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 회장의 어록으로 대변된다. 이는 삼성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의 길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역사적인 날을 내부적으로도 기념하지 못했다. 20주년 때와 달리 사내 특별방송은커녕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그 어떤 메시지도 임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호암상 시상식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찾을 수 없었다. 호암상이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뜻을 기려 제정된 만큼 오너가(家) 성원들이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해주는 관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깨졌다. 앞선 지난 3월 창립 80주년 때 역시 기념행사 하나 없었다. 사내망에 회사의 성장사(史)를 담은 80장의 사진이 달랑 게재된 정도였다. 그마저도 이 부회장이 나온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이쯤 되면 삼성이 이 부회장의 외부 노출 자체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이처럼 몸을 바짝 낮추는 데는 요즘 재계를 향한 전반적인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을 양극화와 불평등의 원인으로 내모는 사회 분위기는 올곧은 기업인마저 고개를 들 수 없게끔 만든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제 목소리를 내면 적폐 취급을 당하지 않느냐”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모든 부조리의 원인을 기업에서 찾는 세태는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자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서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기업을 화풀이 대상으로, 여론몰이 수단으로 때리기만 해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재벌 개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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