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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호 서울성모병원 교수 “분노조절장애증후군 환자 줄이려면 개인존중 문화부터”

[토요워치] 버럭 火가 일상이 된 사회

"배금주의·인명경시 풍조가 분노·병 키워

화병·우울·조울·성격이상 분노조절 어렵게

간헐성 폭발장애 원인 찾아 맞춤 치료해야"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분노조절장애 증후군’ 환자를 줄이려면 개인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치관이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합니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개인이 존중받는 문화가 아니고 물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려서부터 분노가 쌓인 분들이 많다”며 “가장 효과적인 분노조절장애 증후군 예방·치료법은 개인존중 문화 정착”이라고 강조했다.

타인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유교적 예의·가치관이 겉치레·허례허식으로 치부돼 사라져가고 돈을 중시하는 배금주의, 사람·개인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인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분노조절장애 증후군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채 교수는 “기독교 사회인 서양에서는 ‘하나님의 형상’인 다른 사람·개인을 존중하고 화·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문화나 에티켓이 상당히 정착돼 있다”며 “그래서 분노가 쌓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400여가지 정신과 질환 가운데 ‘화·분노조절장애’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채 교수는 “존중받지 못한 삶이 누적돼 생긴 증후군이어서 긴 치료과정이 필요하지만 원인을 찾아내 약물·심리·명상치료 등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도록 하면 공격성도 줄고 타인도 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다양하다. 울분이 넘치는 화병, 우울증, 기분이 떴다 가라앉았다를 거듭하는 조울증, 성격이상(성격장애) 등 다양한 기분·정서장애 질환은 분노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흔히 분노조절장애와 동일시되곤 하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간헐성 폭발장애)는 분노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키는 화병·우울증 등이 없고 평소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과도하게 성질을 내면서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거나 때려 부수는 등 공격적 행동을 하는 질환이다. 미국은 인구의 2~3%가 여기에 해당한다지만 우리나라에는 관련 통계가 없다. 평소에는 별문제를 못 느끼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은 영향도 있다.

채 교수는 “과도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환자를 치료하려면 화병 등으로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경우인지, 간헐적 폭발성 장애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화병 등이 원인이면 그에 따른 치료를 하고 술을 마신 뒤 이런 행동을 했다면 알코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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