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현대제철(004020) 보유지분 400만주(2.99%)를 블록딜로 처분 완료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매각으로 2,456억원 규모의 현금을 챙겼다. 주당 매각가는 6만1,400억원이다. 지난 7일 종가 6만4,800원 대비 5.24% 할인됐다. NH투자증권은 블록딜 수요예측에서 7.56~2.59% 할인율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지분율이 2%대로 줄어든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5대6.5 비율로 지분을 사들였다. 이날 현대제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6.02% 하락한 6만8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개월간 경협주가 남북관계 훈풍에 주가가 100% 이상 폭등한 후 최근 고점에서 정체하자 국내외 기관은 블록딜로 대거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체 선정한 남북경협주 63종목의 지수(1월2일 100포인트)는 7일 현재 200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달 15일엔 207포인트였으니 15거래일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체 현상에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달 4일 장 마감 후 현대로템(064350) 주식 700만주(8.2%)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전일 종가 4만550원에 13.5% 할인된 주당 3만5,075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모건스탠리 PE는 지분 매도 후 현대로템에 대한 지분율이 8.2%에서 3.5%대로 줄어들었다. 현대로템은 4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블록딜 후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4월에는 이음 PE가 경협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9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한 바 있다. LB PE 역시 3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중·소형주의 경우 대주주의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비츠로그룹 대주주 장태수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비츠로시스 지분 554만주(15.17%)를 장내 매도했다. 비츠로시스는 전기 및 인프라 시설 사업을 진행하며 남북경협주로 주목받으면서 올해만 주가가 최고 180% 상승한 바 있다.
기관들의 잠재 매물은 경협주 곳곳에 숨어 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지분 77%를 보유한 대주주다. 루터 PE 역시 삼표시멘트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시멘트 기업 SG는 원앤파트너스가 지분 5.33%를 가지고 있다. 이들 역시 건설·토목 관련 기업으로 남북경협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돼 모두 10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소수 기관과 외국인이 대량 매물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이를 받는 주체는 분산된 개인투자자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남북경협주에 투자한 사람 중 90%가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남북경협주 주가는 110.6% 오르면서 시장 전체 평균 10.1%를 크게 상회했다.
경협주는 5월 중순까지 높은 주가 상승세를 타다가 이달 초 들어 일제히 조정세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기관과 외국인은 기존 보유 중이던 대량 매물을 일제히 처분하며 경협주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것 이상이 나온다면 다시 상승세를 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 주가 수준에 재료가 반영된 상태”라며 “경협주 오른 게 개인의 투기성 자금이고 차익실현 매물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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