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차체공장 한가운데 있는 ‘닛산 스탠더드 라인’에서는 14대의 용접 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프레스 공장에서 건너온 철판들을 붙이느라 분주했다. 플랫폼 로봇 4대와 이동 로봇들을 합하면 총 36대의 로봇이 1분에 1대씩 차체의 외형을 만들어낸다.
로봇이 한다고 해서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한 번에 십여 개의 로봇 팔들이 상하좌우 360도로 움직인다. 차량에 따라 용접 위치도 제각각 다르다. 투입되는 차는 3개국 3개 브랜드의 7개 차종. 국내 최대의 혼류 생산 공장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핵심 기술력이 차체공장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백호선 부산공장 차체팀장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하루·일주일·월 단위 생산계획에 따라 모델 투입을 최적화한다”면서 “부산공장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누적생산량 300만대를 돌파한 르노삼성 부산공장 경쟁력의 핵심은 이 같은 혼류 생산 시스템이다.
현재 부산공장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SM3 Z.E’ ‘SM5’ ‘SM6’ ‘SM7’ 등 세단 5종과 ‘QM6’, 닛산의 ‘로그’ 등 SUV 2종을 한 라인에서 모두 만들어낸다.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 공장의 혼류 생산 가능 차종이 2~3종인 것에 비교하면 규모는 물론 기술적 측면에서도 압도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물론 여러 차종을 만들 수 있다고 공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은 이 같은 우려를 공장 자동화로 걷어냈다.
사람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공정은 조립이다.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이 조립 공장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로봇이 작업을 돕는다. 경량 부품과 작업 도구를 담은 상자가 공장 바닥에 매설된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작업자에게 맞춤형 부품과 도구를 제공한다. 이른바 ‘무인운반차(AGV)’다. AGV를 도입하면서 조립공장의 물류 자동화율은 2013년 35%에서 지난해 95%로 높아졌다. 작업자들은 더 이상 자재 운반과 같은 단순 업무를 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에 집중한다.
혼류 생산 시스템과 공장 자동화의 조합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2013년 40대에 불과했던 시간당 생산 대수가 지난해 61대로 늘어난 것이다. 르노-닛산 동맹의 정책으로 2014년부터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한 것 이상의 효과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혼류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동화율을 높인 덕분에 능력치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던 생산량을 3년 만에 회복했다”며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장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부산=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