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미드뷰시티 신밍레인에 위치한 ‘그랩(Grab) 드라이버 센터’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센터의 한쪽 공간에는 기존 등록 운전자가 전용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새로 그랩 드라이버로 등록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서류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라이버 센터’는 그랩 서비스의 오프라인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싱가포르에만 4곳이 있으며 베트남 호찌민 등 그랩이 진출한 주요 지역에는 대부분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운전자들은 서비스 지역을 할당받으며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고객들은 차량을 직접 빌리기도 한다.
그랩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동남아시아에서만 하루 600만건 이상 이용하고 100만명 이상이 ‘그랩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랩과 연계된 운전자 등 소규모 사업자만 66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이 회사는 설립 후 6년 사이 급성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랩은 올해 초 경쟁 관계였던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독주체제를 갖추게 됐다. 올해는 10억달러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랩이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이버 센터’를 비롯한 운전자 정책에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랩 운전자들은 승객이 지급한 요금의 평균 15~25%를 가져가며 다양한 교육 혜택과 서비스를 받는다. 2년 전 우버에서 그랩으로 옮긴 네빌 데릭 오거스틴(44) 씨는 “그랩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자의 복리후생”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로 이를 반영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 하나로 그랩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 실제 ‘그랩 앱’ 사용해 보니 이용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싱가포르 알렉산드라 로드에서 로빈슨 로드 동아은행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그랩 앱’을 사용하니 10분 정도 지나자 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목적지만 입력하고 예약(Book) 버튼만 누르면 배차가 되는데 배차를 요청하기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지불 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앱에 내장돼 있는 ‘그랩페이’를 이용해도 된다.
그랩은 올해 초 20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SK그룹의 투자전문지주회사인 SK㈜도 새로운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SK㈜는 옵저버(참관인) 형태로 그랩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SK가 그랩에 관심을 가진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태원 회장이 추진하는 SK의 경영전략과 여러 방면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그랩이 제공하는 ‘카셰어링’과 ‘라이드셰어링’은 SK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축이다. 이미 SK㈜는 국내 1위의 카셰어링 기업인 쏘카와 미국의 개인간(P2P·Peer To Peer)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 투자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쏘카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랩을 창업한 계기가 동남아시아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SK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탄 후이 링 그랩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그랩의 시작은 동남아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진 것을 함께 나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SK의 공유인프라 전략에도 부합된다. SK 관계자는 “그랩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하게 여겨온 SK그룹의 경영철학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모빌리티 분야 역시 SK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분야인 만큼 앞으로 그랩과의 협력 관계도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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