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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우생마사'처럼 우직하게 순리경영…글로벌 화장품 제국 일궜죠"

소를 사랑하는 CEO

중기 몸담아 기업경영 익힌 후 창업

전기세 밀려도 대규모 탈세 거래 안해

소 조각상만 2,000개 넘게 모으기도

역사 탐구하는 CEO

목화씨로 백성들 삶 개선시킨 문익점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로 평가해야

'군량물자 효율화' 이순신은 종합경영인

'우보천리' 같은 창업

청년창업, 보조금 연명 땐 도피처 불과

기업경영 꿈 지니고 철저한 준비 필요





글로벌 화장품 제조기업 한국콜마를 창업한 윤동한(사진) 회장의 서울 서초동 사옥 집무실 풍경은 여느 최고경영자(CEO)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3평 남짓한 공간에 소파도, TV도, CEO 집무실이면 으레 연상되는 연습용 ‘골프채(?)’도 없다. 대신 윗변이 긴 직사각형의 테이블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주 임원회의가 여기서 진행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집무실 곳곳에 배치된 소 조각상이다. 양해를 구하고 세어보니 눈에 띄는 것만 8마리였다. 윤 회장은 소를 예찬하는 CEO다. 윤 회장은 “집무실 곳곳에 숨은 소들만 찾아도 8마리는 넘을 것(웃음)”이라며 “소를 좋아한다고 알려지니깐 지인들이 선물해준 것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은 소 조각상이 어림잡아 2,000마리 이상”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 지론에 따르면 소는 순리를 가르쳐주는 존재다. 윤 회장은 이를 ‘우생마사(牛生馬死·장맛비에 말은 죽고 소는 살아남는다)’ 사자성어를 들어 공들여 설명했다.

그는 “홍수가 왔을 때 살아남는 동물은 헤엄을 잘 치는 말이 아니라 그보다 못한 소인데 말은 물살을 거슬러 가다 힘이 빠져 죽고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안전해지면 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때문”이라며 “순리를 따라야지 무리를 하면 언제고 탈이 난다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윤 회장은 영남대를 졸업한 뒤 농협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연소 부사장까지 승승장구한 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창업과정은 소처럼 묵묵히 걸어온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것은 농협에 있을 때였는데 영업·관리·인사·총무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중소기업(대웅제약)만이 유일한 목적지였다”며 “이때 창업가·기업가로서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순리를 따르는 인생을 설명해주는 일화는 또 있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창업 초기만 해도 고정비용을 걱정할 정도로 회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때 대규모 생산 주문이 들어왔는데 발주처는 세금 누락을 위해 무자료 주문을 단서로 달았다. 전기세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인 터라 유혹에 넘어갈 만도 했지만 윤 회장은 끝내 주문을 받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일부 임원들이 그게 정 못마땅하면 본인들이 총대를 멜 테니 주문을 받자고 주장했지만 그들을 설득해 하지 않기로 했다”며 “나쁜 짓이라는 것이 한 번 하면 두 번 하게 돼 있고 괜찮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했는데 이를 어기면 꿈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CEO로서 윤 회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역사다. 윤 회장은 역사를 공부하는 CEO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 탓에 꿈을 잇지 못했다고 말한 윤 회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의 창구는 경험이고 역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시대를 초월해 알려주는 스승”이라며 “인간은 역사를 통해 지식과 삶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산 정약용을 통해 탐구정신을 배우고 연암 박지원을 읽으면서 시대 정신의 구현이라는 가치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역사 연구가로서 윤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위인들이 있다. 문익점과 이순신이다. 윤 회장은 문익점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 이순신은 농업을 중시한 종합경영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보면 기업인에 대한 공식 기록이 없는데 여러 해 실록을 공부한 끝에 문익점이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단순히 목화씨를 가져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재배해 더 많은 씨를 얻고 주요 문중들에 씨를 나눠주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고 무엇보다 엄동설한이면 추위에 목숨마저 위태로웠던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을 전투에 능한 장군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순신은 양곡·생선·소금 등 각 지역마다 보유량이 달랐던 물자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군량 물자를 구축했던 종합경영인이었다”고 해석했다.

윤 회장은 올해로 창업가로서 28년째를 맞았다. 지난 정부부터 지금의 문재인 정부까지 창업을 장려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선배 창업가로서 이 땅의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보천리(牛步千里·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라는 사자성어를 던졌다.

윤 회장은 “창업은 어려운 작업이어서 금방 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가 말해주듯 참고 기다리면서 자신만의 소명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유행하는 청년창업이라는 것은 국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형태에 불과해서 남들과 다른 기술력·경쟁력이 없다면 창업은 그저 취업이 어려워 선택하는 대안일 뿐”이라며 “창업은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되고 평소 기업경영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만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선택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윤동한 대표는 △1947년 경남 창녕 △1965년 대구 계성고 졸업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70년 농협중앙회 입사 △1974년 대웅제약 입사 △1989년 대웅제약 부사장 △1990년 한국콜마 설립 △2008년 수원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2012년~ 한국콜마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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