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과거를 추억했다면 대만은 게임 ‘리니지’를 매개로 과거를 곱씹고는 합니다. 대만에서는 리니지가 들어온 다음에야 ‘한류’로 불리는 드라마나 음악이 퍼졌을 정도로 대만에서 한국산 게임(K게임)의 문화적 힘은 막강합니다.”
대만 최대 게임 업체인 감마니아를 창업한 알버트 류(사진) 대표는 지난 8일 대만 타이페이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니지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 대표가 한국 매체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류 대표와 리니지의 인연은 18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역할 수행 게임(MMORPG)인 리니지를 1998년 처음 내놓은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류 대표와 인연이 닿았다. 게임과 운동을 좋아했던 당시 30대 청년 둘은 타이페이의 한 카페에서 만나 금세 마음을 터놓았고 결국 엔씨소프트는 감마니아와의 협업을 통해 리니지의 첫 해외 진출 지역을 대만으로 결정했다. 이후 PC 리니지는 대만에서 누적 회원 900만명, 월 최고 접속 사용자 70만명, 누적 매출 7,500억원을 기록하며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류 대표는 “리니지 게임 이름과 내부 용어가 대만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쓰이고 접속자가 많아져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자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8년이 흘러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류 대표와 김 대표는 함께 산행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과거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버전’의 ‘리니지M’을 지난해 6월 국내에 내놓은 뒤 같은 해 12월 대만에서 처음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에도 이러한 뒷이야기가 깔렸다. 류 대표는 “김 대표와는 정말 형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지내고 있다”면서 “특히 엔씨소프트를 대기업으로 키웠는데도 개발하는 게임 하나하나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점이 존경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사업 제휴는 양사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2년 한국 지사를 12년 만에 철수하고 대만에서도 경쟁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꼈던 감마니아는 리니지M 출시를 계기로 지난해 연간 수익이 84억8,147만대만달러(약 3,055억원)를 기록해 실적 반전에 성공했다. 리니지M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구글과 애플 등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매출 기준으로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류 대표는 “대만을 포함해 중화권에서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은 여전히 ‘이슈 메이커’로 본다”면서 “엔씨소프트의 제안이 있다면 리니지 IP를 활용한 다른 콘텐츠 사업까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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