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300여곳의 사용자 단체를 대변하는 한국경제인총협회가 친(親)노동 성향 상근부회장과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등으로 회원사는 물론 경총 내부직원들과도 불협화음을 겪던 송영중 상근부회장이 “사퇴는 없다”며 10여 일간의 재택근무를 마치고 이틀 연속 출근하며 업무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12일 송 부회장은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으로 출근했다. 기자들이 사퇴설을 묻자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송 부회장은 10여일 간의 재택근무를 끝내고 경총으로 출근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CJ회장)도 출근해 두 사람은 한 시간가량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될 분위기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충격이 큰 회원사들의 우려를 송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노동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노동계에 발이 넓은 송 부회장이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송 부회장은 지난 5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국회가 아닌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자는 노동계의 입장에 동조해 적지않은 파장이 일었다. 결국 하루 만에 경총은 입장을 번복했지만 회원사들의 송 부회장을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다. 손 회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개인의 거취에 대한 문제라 조심스럽다”며 “회장단 회의를 열어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적극적으로 업무에 대한 의지를 알리고 있다. 다수의 언론사에 “노사 문제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잘 조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은 “회원사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부회장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회원사들이 단합해 면직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송 부회장의 거취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다음 주께는 회의를 열어 송 부회장 문제에 대한 의중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추천하고 재계의 어른인 손 회장이 수락한 송 부회장을 경질할 경우 생길 파장이다. 송 부회장이 업무 과정에서 불화가 있었지만 지난 4월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경질하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회원사 고위 관계자는 “경총 내부의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 건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내부적인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송 부회장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경총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경총 내부가 시끄러울수록 회원사 간 의견이 모아 지지 않고 결국 노사 문제에서 굵은 목소리를 못 내게 된다”며 “어느 쪽이든 서둘러 사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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