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옛 서울고등학교 자리인 경희궁 터 공원 안에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처음 개관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이후 미술관은 2002년 옛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를 보존한 채 뒷부분을 신축해 현재의 서소문 본관으로 옮겨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성격의 소장품전 ‘디지털 프롬나드’이 12일 개막해 오는 8월15일까지 서소문 본관 2,3층에서 계속된다. 미술관 전체 소장품 4,700여 점 가운데 엄선한 30점이 중심이 됐다. ‘프롬나드’는 불어로 산책을 뜻해 산책하듯 미술관을 거닐며 관람과 함께 예술은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나는 어떤 것을 교감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1세대 한국화가 박노수의 1961년작 ‘수렵도’를 시작으로 파리에서 활동한 1세대 도불화가 이성자의 1960년대 ‘무제’, 전후 한국의 암울한 시대상을 향토적 서정성으로 그린 최영림의 1962년작 ‘전설’ 등을 만날 수 있다. 김환기·유영국의 작품은 추상화지만 우리의 자연을 은유하며 이대원의 ‘농원’, 장욱진의 ‘나무’, 천경자의 ‘1979여행시리즈’, 김종학의 ‘잡초’ 등은 친숙한 풍경을 개성있게 표현하고 있다. 성능경의 ‘세계전도’와 정서영의 ‘괴물의 지도’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자문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이끈다. 황인기·석철주·배영환·유근택 등은 고유한 자신만의 기법을 이용해 내면의 풍경을 작품으로 옮겼다. 김수자·이불·노상균 등 굵직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번 소장품 출품작 30점을 모티브로 한 젊은 작가들의 미디어 신작 10점도 함께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0년부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격년제로 열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관악구의 옛 벨기에영사관 건물에 남서울미술관을 개관했으며 2006년에는 마포구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3년에는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을 여는 등 확장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실험적 공간으로 은평구에 SeMA창고를 개관했고 백남준기념관과 미디어아트 중심의 대안공간 SeMA벙커를 연이어 오픈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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