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11과 전술 구상은 90% 이상 마쳤습니다.”(5일 오스트리아 첫 훈련에 앞서)
(김신욱-황희찬 선발에 대해) “트릭(속임수)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 뒤)
“훈련 성과에 만족합니다. 90점 정도는 줄 수 있습니다.”(12일 전지훈련을 마치며)
지난 3일 출국 이후 신태용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의 주요 발언은 하나같이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평가전 등 준비과정을 통해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한 대표팀이지만 신 감독 스스로는 이처럼 어느 정도 확신이 선 분위기다. F조 상대국들을 의식한 그는 대표팀의 100% 기량은 본선 첫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표팀 소집 이후 지난 3주 동안 우리가 보지 못한 기량이 본 게임에서 비로소 발휘될 수 있을까.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8년 만의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결전지 러시아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이날 전훈지인 오스트리아를 떠나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 약 1주일간 마지막 담금질을 한 뒤 오는 18일 오후9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4위 스웨덴(한국은 57위)과 대망의 1차전을 치른다. 첫 경기를 마치면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휴식한 뒤 다시 멕시코와의 2차전 장소로 이동하는 식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조별리그 경기장까지는 모두 비행기로 2시간 안팎이면 닿는다.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낮 기온이 섭씨 15도 안팎으로 생활하기에 좋다. 도시 외곽 뉴페터호프호텔에서 1인 1실을 사용하는 대표팀은 숙소에서 차로 15~20분 떨어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16강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오후11시 이후에 해가 지고 오전4시께 해가 뜨는 백야와 천연·인조잔디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에 대한 적응도 중요하다.
대표팀은 줄부상과 악몽의 조, 국민의 낮은 관심이라는 삼중고를 짊어지고 ‘통쾌한 반란’을 꿈꾼다. 공수 핵인 권창훈(디종)과 김민재(전북) 등의 부상 낙마 속에 FIFA랭킹 1위 독일 등과 한 조에 묶인 한국은 무관심에 가까운 국민 반응도 낯설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신 감독은 12일 전훈 결산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 등 다른 이슈가 많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만 스웨덴전에서 잘하면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기는 모습과 좋은 결과를 함께 가져오면 예전의 축구 붐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베스트11은 윤곽이 드러났다. 플랜A인 4-4-2 전술의 경우 박주호(울산)와 이용(전북)이 좌우 풀백, 김영권(광저우)과 장현수(FC도쿄)는 중앙수비다. 골키퍼는 김승규(빗셀 고베). 기성용(스완지시티)-정우영(빗셀 고베)의 ‘더블 볼란테’에 좌우 공격은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이재성(전북) 몫이다. 최전방은 손흥민(토트넘)-황희찬(잘츠부르크) 투톱. 스웨덴전에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3-5-2 전술에서도 손-황 조합은 그대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12일 끝난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후반에 2골을 내줘 0대2로 졌다. 황희찬이 허벅지 부상 여파로 결장해 손흥민은 김신욱(전북)과 호흡을 맞췄다. 스코어로는 완패지만 최악의 졸전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감독은 “세네갈이 양 측면에서 스피드 있는 돌파를 추구해 수비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본선에서 쓸 세트피스는 유출을 우려해 아꼈다고 설명했다.
‘본선이 코앞인데 실험만 한다’는 지적에 “3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쓴 선수를 다음에 어떻게 쓸지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한 신 감독은 “스웨덴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기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전훈 평가전에서 볼리비아와 0대0 무승부를 포함, 1무1패(0득점 2실점)의 성적표를 들고 러시아로 넘어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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