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외식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워라밸 확산 등으로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정부가 주 52시간의 근무시간을 산정할 때 회식은 포함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 주요 기업들은 추가로 회식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고민 중이다.
서대문구의 한우집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예전에는 20명 단위로 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많아야 10명”이라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미투 운동까지 터지면서 손님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그나마 있던 단체 손님들이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 A사는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회식 자리를 일주일에 2회 이하로 제한하고 9시 이내에 마무리하도록 자체적인 규칙을 만들었다. B사 역시 김영란법 시행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시작되면서 저녁 회식 자리를 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팀 회식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로 줄었다”며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회식을 갖는 것이 더 힘들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C사도 회식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침 마련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사팀에서 회식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내부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며 “부서 회식 등은 앞으로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부서 회식 자제령을 내려진 기업도 적지 않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회식을 줄여 나가는 추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 전부터 회식을 1차만 하고 끝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최소 1주일 전에 회식을 공지하고 △1차에서 끝내고 △9시 전에 마무리하자는 내용의 ‘119’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업무상 필요한 접대 회식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접대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D사 관계자는 “영업부서도 접대 횟수를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인사팀에서 세부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중국집을 운영하는 손 모(49)씨는 “단체 손님을 위한 방이 5개나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한두 개만 찬다”며 “회식하러 오는 손님도 줄어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창동의 한 호프집에서 근무하는 B씨는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여전히 찾아오지만 올 초와 비교하면 2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면서 “노래방 등 3차 이후로 가는 가게들은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박준호·변수연·허세민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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