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는 공무 해외출장 시 국적기만 이용하도록 대한항공·아시아나와 계약해 운영했던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를 전격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980년 제도 도입부터 연간 300억~400억원 규모인 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아시아나는 1990년 추가로 계약해 GTR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급한 출장 시에도 안정적으로 좌석을 확보할 수 있고 변경·취소 수수료가 없다는 등의 장점을 들어 GTR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항공권이 시장가격 대비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인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비수기 이코노미석 기준 인천~미국 뉴욕 간 GTR 항공권 구매 가격은 302만600원으로 일반 항공권(111만1,200원)의 세 배 수준이었다.
정부는 국외여행 증가·항공시장 다변화 등 국외 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GTR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과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의 배만 불리는 GTR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인사처는 그간 쌓인 공무 마일리지 소진과 오는 11월 재계약 시점 등을 고려해 양 항공사와의 GTR 계약을 10월 말 해지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경쟁을 통해 선정된 민간 여행사가 공무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 예약·구매대행을 담당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주거래 여행사’ 제도를 도입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주거래 여행사 제도는 국내 기업이나 해외 선진국, 국제기구 등에서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조달청 나라장터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부처별로 주거래 여행사를 선정하고 2~3년의 계약기간 동안 항공권이나 숙박서비스 예약·구매를 대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연간 80억원 수준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8년 예산집행지침 개정안을 이달 중 각 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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