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여부와 관련해 “북한과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며 한미연합훈련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북미간 내실있는 대화가 지속되는 한 한미훈련 중단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 내용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후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비핵화 조치를 실행에 옮기고 남북, 북미 대화가 계속되는 한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훈련 중단에 따른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듯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흔들림 없는 한미 공조와 연합방위태세도 유지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관련해 “확실한 방향은 설정됐지만 구체적 이행방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며 “북미 정상의 결단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끊임없이 견인하고 독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 가면서 합의의 이행을 속도 있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를 보는 시각도 더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육지 속의 섬에서 벗어나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면서 평화와 번영의 대전환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생각할 때”라며 “올해 초 남북 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한반도 역사 전환의 기회가 기적처럼 찾아왔다. 이제 그 기적을 공고한 현실로 만들어 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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