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미국 금리가 2%대에 진입하자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 주가는 급락했다. 신흥국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 추가로 두 차례 더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발작까지는 아니었지만 신흥국의 불안은 미국과의 금리 차가 크게는 0.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 경제에도 위험요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정부는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도 작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코스피지수는 1.84%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5원90전 오르며 1,080원대로 복귀했다. 신흥국의 ‘6월 위기설’에다 한미 금리 차까지 0.5%포인트로 벌어지자 시장이 불안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연준은 금리 점도표(dot plot)를 통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유로로 줄인 뒤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긴축 흐름이 빨라지고 있지만 한은이 이런 움직임에 맞춰 통화정책을 구사할 여력은 작다. 무엇보다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생산·투자·소비 등이 좋지 않다. 가계부채 규모도 커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는 한계기업 등의 연쇄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 동결을 유지하자니 한미 금리 차 확대를 견딜 체력도 약하다. 일자리 감소, 내수 부진, 저물가 등 기초체력이 허약한 상태에서 금리역전 폭이 더 벌어지고 신흥국 발작이 확산되면 우리나라도 자금유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서든스톱(sudden stop)이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든 스톱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으로 신흥국에서 갑자기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뉴욕=손철특파원 김능현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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