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아리피프라졸 성분의 약이 환자의 사회생활 등에 필수적인 작업기억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클로프라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이라는 뇌영상 검사로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 용량을 파악하는 맞춤치료 전략도 개발됐다.
15일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리피프라졸의 도파민 수용체 결합 능력을 라클로프라이드 PET로 측정해 이 약물이 작업기억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작업기억은 뇌에서 일시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인지기능으로 치매 환자에게서 나빠지는 단기·장기 기억과 다르다. 조현병은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조현·調鉉)되지 못했을 때처럼 환자가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생성돼 환각·환청·망상, 정상적 감정·행동이 둔해지고 의욕·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이 질환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지난 2011년 약 9만6,400명에서 지난해 10만8,000명으로 12% 증가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해 약물이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하는 비율(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오류율이 낮아지고 평균 반응시간이 짧아졌다. 아리피프라졸의 효능이 발휘될수록 인지기능을 요구하는 과제를 더 빠르게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이는 아리피프라졸이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아리피프라졸의 효과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라클로프라이드 PET 검사를 통해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며 “조현병 치료방침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환자들의 사회적응에 꼭 필요한 인지기능 회복을 위한 맞춤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리피프라졸 등장 이후 조현병은 조기에 진단 받고 고혈압·당뇨병처럼 약물로 잘 관리하면 건강한 사회·학교생활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로 환자마다 다른 최적의 약물 용량을 알 수 있게 돼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권위지인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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