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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금융 핫 키워드]P2P

이주 ‘P2P’라는 단어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문업체인 헤라펀딩 부도에 이어 더하이원펀딩-오리펀드 대표가 112억원의 대출금을 미상환한 상태로 잠적했기 때문인데요. P2P 투자자들의 불안은 연일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P2P 대출은 말 그대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직접 돈을 주고 받는 ‘개인과 개인 간(Peer to Peer)’ 대출을 일컫습니다. P2P 중개업체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격입니다. 일단 대출이 이뤄지면 돈을 빌린 사람이 낸 이자가 곧 돈을 빌려준 사람의 투자 수익이 되는 구조입니다. 가령 사업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P2P 업체에 “투자자를 모집해 나한테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얼마 쳐 주겠다”고 하면 P2P 업체는 이것을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올려 투자자를 모으고, 그렇게 모인 돈을 해당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겁니다. 모인 돈은 물론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으로부터 투자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자도 나눠서 가집니다. 이자 가운데 일부는 P2P 업체 중개 수수료로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수수료를 제외해도 평균 수익률만 14.59%(5월말 기준)에 달하는 등 은행 예금이나 펀드 수익률을 크게 웃돕니다. 바로 이점이 P2P 업체가 세를 확장하고 있는 이유인데요. 생활 수준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큰 돈을 굴리지 못하는 서민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고민하는 이들이 이 같은 ‘고수익’ 유혹에 P2P 대출에 발을 담그기도 합니다.

P2P업체는 지난 2006년 일부 업체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자생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P2P 업체 수는 지난 2015년 말 27개사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 5월말 178개로 집계됐습니다. 누적대출액 역시 같은 기간 400만원에서 3조 5,0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P2P 대출은 신용대출만 있는 게 아니라, 은행처럼 담보를 기반으로 한 대출도 있습니다. 은행처럼 담보를 잡는 기준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흔히 이뤄지는 부동산 외에도 명품 가방·귀금속 등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릴 수도 있습니다. P2P 대출을 통한 투자는 아무래도 핀테크(금융+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젊은 층의 관심이 두드러집니다. 제2금융권·캐피털·저축은행 등을 이용할 경우 돈을 빌린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만, P2P 대출 이력은 연체나 부도 발생만 아니면 신용등급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붐이 일었던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P2P 신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그러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면에는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P2P 대출은 은행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닙니다. 원금을 손해 봤을 때 예금과 달리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P2P대출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안금융 역할을 한다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P2P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 난립하면서 대출 부실이 확대되는가 하면 투자자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허위대출이나 자금 횡령 등 P2P 대출이 사기수단으로 악용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 PF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P2P 업체 헤라펀딩은 지난달 말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을 갚지 못한 대출 잔액만 135억원에 달합니다. 제주와 경기 동두천, 평택 등 헤라펀딩이 투자한 건설현장은 연체 상태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또 다른 P2P업체 더하이원펀딩-오리펀드는 112억원의 대출금을 미상환한 상태로 대표가 잠적했습니다. 한때 업계 3위를 달리던 펀듀 역시 대표가 해외로 도피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피해액만 216억원에 달합니다. 연체가 장기화 돼 민사소송에 들어간 P2P 업체도 있습니다.

P2P 업체를 둘러싼 이 같은 잡음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굵직한 사건들로 P2P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과연 투자자를 보호할 튼튼한 방패는 없는 것일까요?

우선 P2P 업체 자체적으로 자생 노력에 나서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개인신용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렌딧, 팝펀딩, 8퍼센트 등은 최근 P2P금융협회를 탈퇴하고 새로운 협회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업체의 잇단 부실로 우려가 커지면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싶은 업체들끼리 따로 모인 셈인데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시행한 ‘P2P 가이드라인’ 등을 모두 따르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겁니다.

잇따라 불거진 문제에 당국도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P2P 업체를 ‘직접 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P2P 업체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사실상 받고 있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P2P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간접 규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도 규제도 촘촘하지 못하니 자질이 없는 업체도 난립하게 되는 겁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P2P대출 관리ㆍ감독 강화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는 P2P 시장에 진입 제한이 없다 보니 업체가 난립해 기술력과 안전성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입법을 통해 규율 내용의 강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 대출 가이드라인’도 고치기로 했습니다. 대출 만기와 투자 기간이 일치하지 않으면 대출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 돈으로 먼저 들어온 투자자의 원금을 돌려주는 ‘대출 돌려막기’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

허위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막기 위해 부동산 담보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공개하거나, 감정평가사·변호사 등 공신력 있는 제3자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도 가이드라인에 담길 예정입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그 돈을 P2P 업체 계좌가 아닌 별도 계좌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됩니다. P2P 업체가 설령 문을 닫더라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셈입니다. 현재는 대출자가 갚은 돈이 아닌 투자자들이 맡긴 돈만 별도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오는 3·4분기까지 P2P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선 신속히 현장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업체가 마음대로 폐업하거나, 더하이원펀딩-오리펀드 사례처럼 임직원이 도주할 경우 수사기관과 협력해 출국 금지 등 투자금 보전·회수 조치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사실 P2P는 앞서 말한 대로 대안금융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분명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률 등으로 P2P 업체를 관리하고 있는데요. 가령 미국에서는 대출액이나 투자액에 한도가 없는 대신 투자자 자격을 ‘연간 총소득과 순자산이 각각 7만 달러 이상’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개인 총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등 P2P를 하나의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왔습니다. 국내 P2P는 사실상 급격히 커지는 외형에 비해 이들을 관리 감독할 법과 규제가 미비했던 셈입니다.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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