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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갤러리 새 둥지...평창동 화랑가 뜬다

갤러리2, 청담동 시대 접고 이전

삼청동 누크갤러리도 9월에 옮겨

내년말엔 미술문화복합공간 개관

갤러리2가 평창동 재개관전으로 선보인 작가 이동기의 신작들.




실속있는 알짜 화랑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거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박물관·미술관도시 서울’ 사업에 따라 연면적 5,101㎡ 규모로 조성할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이 내년 연말 개관을 계획 중이라 더욱 주목된다.

강남구 청담동, 신사동 등지에 활동하던 실력파 중진 화랑 갤러리2가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전해 현대미술가 이동기의 신작으로 지난 12일 재개관전을 열었다. 예전 가인갤러리 자리에서 가깝고 영인문학관과 키미아트를 지나면 곧장 가나아트갤러리, 토탈미술관과 김종영미술관 등으로 연결되는 위치다. 한때 활동이 왕성했던 가인갤러리는 전군표·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뇌물의혹에 연루된 고(故) 최욱경의 ‘학동마을’을 보관하다 세간의 이목을 끈 후 조용히 문을 닫았다.



갤러리2 개관전 작가 이동기는 만화 주인공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캐릭터 ‘아토마우스’로 미술계 평가뿐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 높지만 최근에는 대중문화 이미지의 패러디, 추상화 작업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는 알록달록한 색면 위에 무작위로 추출된 듯한 단어들을 배열한 일종의 개념미술 작업을 선보였다. 1920년대 유럽의 전위적인 예술운동으로, 무의미와 비합리를 표방하던 다다이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비롯해 화가의 윤리적 태도, 이미지 생산의 주체는 누구인가 등을 고민해 작품에 투영됐다. 20년 가까이 이동기와 함께 일해온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국제갤러리·원앤제이갤러리에서 디렉터를 지냈고 2007년 청담동에 갤러리2를 개관하며 일명 ‘갤러리빌딩’으로 네이처포엠 빌딩의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 2016년에는 청담동 시대를 접고 신사동에 소규모 전시장을 마련한 후 제주로 옮겨가 감귤 과수원의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2 중선농원’을 통해 백남준·김종학·김홍주 등 걸출한 작가들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누크갤러리가 삼청동 마지막 전시에서 선보인 샌정의 작품들. /사진제공=누크갤러리




북촌 한옥가에 자리잡고 있던 누크갤러리는 지난 3일 막을 내린 샌정의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5년 넘은 삼청동 시대를 접고 평창동으로 이전한다. 누크갤러리의 조정란 대표는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컬렉터로 지내다 화랑업에 뛰어들었다. 조 대표는 실제 살던 집을 개조한 갤러리에서 홍승혜·정직성, 오종·정희승, 박진아·로와정 식으로 개성있는 작가 둘을 ‘2인전’ 형식으로 묶어 약 30회의 참신한 기획전을 선보였다. 평창동 새 전시장은 토탈미술관과 김종영미술관 사이에 자리 잡았으며 오는 9월 재개관전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의 화랑가는 ‘인사동’이 대표적이었으나 1980년대 이후 지금의 삼청로에 해당하는 사간동·소격동으로 대형화랑들이 이전할 때 가나아트가 평창동을 택하면서 ‘평창동 갤러리거리’가 활력을 띠게 됐다. 1983년 인사동에서 개관해 1988년 평창동으로 옮긴 가나아트갤러리도 이전 30주년인 올해 약간의 변신을 꾀했다. 사옥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빌 모뜨의 이름을 딴 1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빌’을 경남 밀양에서 시작한 60년 이상 전통의 한식당 ‘두레’에 현대적 취향을 더한 ‘두레유’로 바꿔 올 초부터 영업하고 있다. 가나아트는 최근 한남동에 분점을 내고 미술 대중화를 위해 한발 더 나선 동시에 평창동 본관은 작고한 거장 전국광·이응노 회고전에 이어 중견화가 사석원과 오수환의 개인전으로 중량감 있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해 인근에 개관한 ‘수에뇨339’는 실력있는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예술공간으로 평창동에 새 자극이 됐다.

강남의 화랑가가 생활 속에서 쇼핑하듯 가깝게 접하는 예술공간으로 애호가를 끌어들인다면 평창동 등 강북은 상대적으로 호젓한 분위기에서 예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평창동은 성북동과 더불어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유명하다. 인근 부암동에는 대안공간 성격의 아트스페이스풀, 미술 관련 사료들을 만날 수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응축한 환기미술관을 비롯해 서울미술관·자하미술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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