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버나 에어비앤비·원격의료처럼 해외에서는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안 되는 규제에 대한 개선책을 9월 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0~30개 항목을 대상으로 규제완화를 검토 중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이익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 주무 부처의 반대까지 강해 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본다는 생각”이라며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상을 얼마나 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기득권자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강한데다 이를 조정해야 할 주무 부처마저 이익단체와 이념화된 시민단체에 휘둘려 규제완화 카드를 선뜻 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인 기재부가 나 홀로 싸움을 하는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리병원부처 맞춤형 건강관리까지 무조건 반대”=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에서도 20분 정도면 병원에 갈 수 있다”며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실제 의료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의사협회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 마찰이 있었는데 원격의료까지 밀어붙이면 의료계와 완전히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복지부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비롯해 자법인(자회사)을 통한 영리목적법인 설립허가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 분야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료시스템 설치와 운영을 위한 일자리 2만2,000개가 새로 생긴다. 또 치료와 약처방, 종합병원 이용을 원격의료를 통해 할 수 있게 되면 추가 지불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이 1개 늘어나면 1.1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의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많이 걷거나 운동을 할수록 혜택을 주는 초보적인 건강증진형 서비스 방식이 대부분이다. 개인정보활용규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진료정보 관련 빅데이터 활용이 사실상 막혀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함께 의료기관·환자가 함께 의료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IBM과 의료정보 공유시스템을 만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비교하면 우리 보건당국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서비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만 양산?”=정부는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전국 확산을 검토 중이다. 전국이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상황에 맞는 단계적인 서비스라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라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이라도 우선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신중하다. 당장 전업 우버 운전사들의 소득이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에 못 미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는 우버 운전사들이 생기는 것은 정부의 고용정책과 맞지 않다”며 “우버 운전사의 성폭행 문제 같은 안전문제도 해결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토부가 약 30만명에 달하는 택시 업계 종사자의 반발을 더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국토부는 현행법상 자가용은 유상운송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택시업계 규모가 적지 않아 국토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민 편의보다는 운송업계의 눈치를 더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재생도 안 된다 사사건건 발목”=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302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릴 계획이다. 산업부는 신재생 에너지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에너지 기술혁신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환경부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 확대에 소극적이다. 지난 3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시설은 안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육상풍력 발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난 경북 영양의 양구리 풍력발전소에 대해 건설사가 협의한 내용대로 공사하지 않았다며 공사 중단명령을 내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까지 세우는 상황에서 풍력은 왜 안 되느냐”며 “원전도 못하게 하면서 신재생도 막으니 혁신성장과 일자리는 어디서 나오느냐”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