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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 '갑질'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것"

[취임 2년…김상조 공정위원장 본지인터뷰]

SI 주력사업 키울 생각 없으면 매각

재벌 이외도 건설 하도급 문제심각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어려운 건

공정위 신뢰 많이 부족한 탓





지난 15일 충북대 한국경쟁법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만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대기업 집단에 시스템통합(SI) 업체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라고 ‘압박’했다고 나온 언론 보도가 의도대로 전달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는 “다 팔면 국내 SI 업체는 전부 사라지는 셈”이라며 기업들의 설명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취임 2년차를 맞은 ‘재벌 저격수’ 김 위원장은 재계에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강한 시그널도 잊지 않았다. 물류·광고·SI·부동산관리 업체들을 지목한 데 이어 공정위의 사정권은 30대 그룹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정밀 조준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과 관련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정부안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공정위의 입법과제가 해결되면 재벌개혁의 강도는 한층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30대 그룹에 두 가지 선택권 준 김상조… 지분매각이냐, 주력 사업화냐=삼성그룹의 SI·물류 계열사인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삼남매가 지분 1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10대 그룹 밖의 영풍(서린정보기술), 효성(효성ITX) 등도 총수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국내 상위 30개 그룹 SI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외부 일감보다는 경쟁 없이 내부 일감을 몰아주며 부를 대물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SI 업체 이외에 광고·물류·부동산관리 분야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주력 사업이거나 총수 일가가 보유해야 하는 이유를 사회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해외 등 외부 일감을 늘려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거나, 모두 매각하라는 선택지를 준 셈이다. 이에 따라 재계도 기업지배구조 개편 때처럼 조만간 공정위에 답을 내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선진국의 기업집단에서는 각 그룹마다 별도의 SI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SI 업체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순환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으로 ‘기업집단 규제’ 강화 기조 이어가=김 위원장은 ‘포지티브 캠페인’과 별개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통해 기업집단 규제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향후 30년의 경제력 집중 여부를 좌우한다”며 “이해관계자가 복잡다단해 입법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법이 통과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정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의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그 수단에 대해서는 여야가 수긍할 만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올해 초 출범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제도 도입이다. 현행법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금지돼 있지만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15%를 3%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현행 5조원(공시대상기업집단)과 10조원(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해외 계열사도 공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롯데법’과 그룹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등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법 개정이 어려운 것은 공정위의 신뢰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 탓”이라며 “한쪽 의견만 듣지 않고 특히 재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갑질’하면 해외 기업도 사정권… 신고 많은 건설업도 문제=김 위원장은 ‘갑질’하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일 방침도 시사했다. 대상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업체나 이동통신사에 압력을 행사한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퀄컴이 공정위 심판정에서 6번 심의를 했는데 절차상 하자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들을 해소하다 보면 구글은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 행위로 다수의 반복 신고가 들어오는 업체들의 사건 처리에 대해서는 “가장 심각한 곳이 건설 하도급”이라며 “재벌 기업만 있는 게 아니지만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용 부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고용 부진이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 고용에서 좋은 시그널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정책을 쓰기도 어렵다”며 “주가는 떨어졌다가 단기간에도 회복되지만 고용은 단기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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