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식음료 업체들은 아직도 확실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생산 현장의 근무 교대조 변경 등을 통해 일단 주 52시간 근로를 맞춰본다는 계획이지만 시행 이후 찾아올 후폭풍에 대해서는 자신 없어 하는 분위기다. 성수기·비수기 간 차이가 커 연중 고르게 인력 운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해보자’는 분위기지만 추가 인력 고용 등 정작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은 대부분 오는 7월 1일 이후로 미뤄둔 곳이 많다”며 “인력 충원 계획이 없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빙그레(005180)·롯데제과(280360)를 포함해 대부분의 식음료 업계가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일단 선택적 근로시간제, 3개월 평균 탄력근무제, 계획 생산 등을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해본 뒤 그 이후에 채용 규모 등을 결정 짓는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빙그레는 사무직·판매직에 대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7월 1일부터 생산직에도 도입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사무직·판매직과 달리 생산직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시행해본 뒤 결정할 계획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대 2주 104시간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세부 지침은 노조와 상의해야 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유업도 7월부터 탄력근무제를 확대하고 계획 생산을 통해 영업·생산·물류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근로시간을 차차 줄여나가겠다는 ‘원론적 계획’만 확정한 상태다. 해태도 인력 충원 없이 3개월 평균 탄력근무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성수기인 4·5·6월, 7·8·9월 3개월마다 평균 근로시간을 조사한 뒤 더 일한 만큼 나머지 6개월을 덜 일하는 식으로 노사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롯데제과도 마찬가지다. 우선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3개월 평균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바쁜 라인과 바쁘지 않은 생산 라인 간의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대략적인 방안조차 확정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남양유업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500여 개 품목을 생산하는 5개 공장에 대해 최대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매일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외에도 접대·회식·워크숍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명확한 사내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식품업체끼리 ‘눈치 게임’을 하는 분위기라 7월 직전에 가이드라인이 부랴부랴 마련되거나 7월 시행 이후에나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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