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은 지난 2006년 창업한 면역항암제 전문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해온 면역항암제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해 국내 바이오 기업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면역항암제 신약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내 바이오 기업으로 부상한 신라젠은 당초 부산대가 설립한 산학협력 벤처기업이었다.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해 출범했지만 벤처기업의 특성상 회사 규모가 영세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용 시약을 대신 제작했다.
고객사 중에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던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제네릭스의 신약 상용화 가능성을 엿본 신라젠은 제네릭스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제네렉스로부터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확보한 신라젠은 오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우두 바이러스를 인체에 투입해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이후 인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해 암을 치료하는 원리다. 면역항암제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거의 없고 치료 효과가 월등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암 환자가 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면역항암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3세대 면역항암제는 효능과 안전성에서 가장 앞선 암 치료제로 꼽힌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애초 목표로 하지 않았던 다른 암에서까지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도 면역항암제의 장점이다.
펙사벡은 최근 임상에서 주요 치료질환인 간암에 이어 대장암 환자의 종양이 소멸되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간전이성 대장암 환자 6명과 흑색종 환자 3명에게 선행요법 방식으로 펙사벡을 정맥에 1회 투여한 결과 대장암 환자 1명의 종양이 완전히 소멸됐고, 또 다른 대장암 환자 1명의 종양도 일부가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식 발표됐다.
2020년 출시가 목표인 펙사벡 외에 차세대 면역항암제 ‘JX-970’도 순조롭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JX-970은 웨스턴리저브 백시니아 바이러스 균주 기반의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항암 바이러스이다.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다양한 고형암에서 효능을 입증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20년 넘게 바이러스 기반의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역사가 신라젠의 근본적인 경쟁력”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항암제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펙사벡’의 조기 출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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