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원들의 성과주의를 강화하면서 일방적인 평가라는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계약직이 대부분인 운용역의 재계약을 앞두고 통보됐고 상향평가가 없고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 윗사람 마음에 따라 운용역을 자를 수 있다는 고질적인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운용역의 성과평가는 필요하지만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특정 임원을 향한 반감으로 이어져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계약직 운용역의 재계약을 3주일 앞둔 지난달 말 성과주의 강화방안을 내부에 밝혔다. 운용역을 A부터 D까지 등급을 나누고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기존과 같지만 A등급자의 성과급을 10%에서 15%로 올리고 2번 연속 D등급이면 기본급을 10% 줄이는 내용이 신설됐다. 근무성적 평균과 개인 목표에 따른 결과가 하위 10%인 경우 심사를 거쳐 퇴출될 수 있다는 것도 새로 도입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일부 운용역들은 재계약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인 운용역에게 불리한 조건을 도입하면서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노조가 없지만 노동법에 따라 노조가 없더라도 대상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장과 실장 등 윗사람이 팀원인 운용역을 평가하거나 동료들의 무작위 평가는 있지만 팀원이 팀장이나 실장을 평가하는 상향평가가 없다는 것 역시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성과주의 체제에 비해 불균형한 점으로 지적됐다. 오히려 동료 사이의 다면평가만 도입한 경우 일부 금융공기업에서 음해성 평가가 나타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익률에 따른 정량평가가 전체 평가 비중의 20~30%에 그치고 그나마 시장수익률 자체가 낮은 채권과 주식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민간 운용사와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나머지 정성평가가 70~80%에 달해 일부에서는 임원을 향한 줄 세우기 평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성과주의 강화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일부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기존 성과평가에서도 일부 직원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외압으로 비칠 수 있는 증언을 했고 이후 해당 직원이 성과평가 과정에서 수익률이 높은데도 정성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현행 성과평가는 A등급 비중이 10%에 불과해 성과우수자의 장기근무 유도가 어렵고 성과부진자 퇴출에 6년 이상 걸려 조직 활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퇴출 대상자에 대해서는 성과부진 사유와 개선계획을 제출하는 소청절차를 통해 공정성을 높였다고 해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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