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신흥국의 긴축 발작과 관련해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진정되지 않은 채 커지면 자본유출과 가격 변수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에 대해서는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며 하반기 금리 인상을 사실상 못 박았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불안이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심리가 높아지면 우리나라 역시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다만 우리의 대외건전성이 괜찮은 만큼 서든스톱(갑작스런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근거 중 하나로 거론한 것도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에 대한 높은 복원력”이라고 말했다.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에 대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높고 지켜볼 사항이 있기 때문에 국내외 경제상황을 다시 면밀히 점검해보겠다는 것”이라며 “7월에 밝히겠지만 국내 경제상황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 정책방향을 판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과거보다 매파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올린 후 통화정책 발언에 뒤따라붙던 ‘신중히’라는 단어가 빠졌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은 하반기에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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