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패권 경쟁이 다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외부 자금 수혈에 어려움을 겪었던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분리하고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 이베이코리아·쿠팡·티몬·위메프 등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올해 들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육성을 위해 수 조 원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결국 소수 사업자만 살아남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 될 것”이라며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와 유통 대기업 간의 경쟁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6월 19일자 1·23면 참고
SK플래닛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온라인몰 ‘11번가’ 사업부의 분사를 결정했다. 신설법인인 ㈜11번가는 인적분할을 거쳐 오는 9월 1일 출범한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사모펀드(PEF) H&Q코리아 등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경우 공격적으로 사업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 신선식품 강화, 간편 결제 기술개선 등에 투자금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커머스 업체 vs 유통 대기업 = 11번가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 4월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4,2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티몬도 지난해 4월 시몬느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 원을 유치했다. 위메프도 2015년 NXC에서 1,000억원을 받았고, 게임업계에서 추가 자금 유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 유통 대기업도 가세했다. 롯데의 경우 앞으로 5년간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 사업에 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도 온라인 전담 법인을 연말까지 만들고 1조 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비중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온라인 쇼핑 시장을 놓고 제 2의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 ‘한국판 아마존’ 승자는 누가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78조 원까지 성장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10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은 성장이 퇴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유통업계 전체 매출 중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1%·20.5%로 전년 동기대비 1.2%포인트·2.3%포인트 감소했다. 빈자리를 온라인몰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유통 대기업들도 하나 같이 적자의 늪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세력을 넓힌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쿠팡의 경우 최근 3년 간 누적 적자가 1조 7,000억 원이다. 이 외에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이 자본잠식이나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업체 고위 관계자는 “결국 온라인이 유통의 핵심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한 두 업체가 살아 남을 때까지 출혈 경쟁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소매 판매에서 온라인 쇼핑 비중 (단위: %)
2015년 13.2
2016년 15.5
2017년 17.8
2018년 1~4월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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