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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전환...노조 반발이 최대 변수

혁신 조치 일환 올 전면 개편

업무 숙련도 따라 차등 책정

근로자 실질임금 하락 가능성

직무별 적정성 여부 논란 클 듯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기존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면 개편에 나선다. 단순히 근속연수가 길다고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어려움과 숙련도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인데, 적지 않은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올해 공공기관 혁신 중에서도 특히 관리체계 전면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직무급을 앞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조만간 열어 구체적인 혁신안을 발표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을 반영해 보수를 결정하는 체계다.

현재 공공기관을 비롯한 다수기업들은 여전히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호봉제는 근로자의 성과나 능력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언제 입사했는지, 근속연수가 몇 년인지를 따져 임금을 정한다. 이에 따라 1년차 신입사원과 20년차 고참사원이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2~3배씩 차이 나는 모순이 발생했다. 호봉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더 열심히 일할 동기 부여가 약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과 더불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제한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고참급 직원 1명 임금이면 신입직원 2~3명을 더 뽑을 수 있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만큼 이들의 인건비 부담이 채용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호봉제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지난 박근혜 정부의 경우 성과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성과연봉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직무급제다.

정부는 이미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전체적인 방향의 틀을 잡는 1차 용역이 진행됐으며, 추가 연구용역을 통해 실제 직무급을 적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 기관에서 직무급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무와 상황에 따른 임금 모델을 우선 만든 뒤 각 기관이 이를 토대로 사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직무급을 도입하는 기관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격적인 직무급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노조의 반대다. 공공기관들은 가뜩이나 노조의 입김이 센 것으로 평가되는데, 직무급제가 도입될 경우 40~50대 고참급 직원들의 실질연봉 하락 등 불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집단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면, 노조의 반발로 이어지고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각 직무별 임금 적정성 여부도 논란이다. 특정한 직무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를 일일이 판단·평가해야 직무급을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업무가 가장 중요하고 힘들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에서 직무별로 고평가·저평가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부는 직무급제와 더불어 공공기관별 임금 격차가 적절한지도 따져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관별 업종 차이와 업무 특성, 근속기간 등 임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와 입사자격 요건, 승진속도, 직급별 보수 수준 등도 함께 조사한다. 현재 공공기관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시장형 공기업과 준시장형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기관 형태와 기능별로 임금 격차가 큰데, 이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 개선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1만2,320명으로 이들의 평균 보수는 6,706만원이다. 이 가운데 공기업은 7,851만원, 준정부기관은 6,592만원, 기타공공기관은 6,580만원으로 차이가 작지 않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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