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50년 라이벌인 SK에너지와 GS(078930)칼텍스가 손잡고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개인 간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다. 주유소를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상생 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합의한 결과로 두 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관계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0일 두 회사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C2C(Customer to Customer)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Homepick)’을 이달부터 서울 전역 주유소에서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두 기업의 핵심 자산인 주유소 네트워크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안을 두고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며 “스타트업과 상생,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택배산업은 기업과 개인 간(B2C)의 물류가 중심이어서 개인이 택배를 보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홈픽은 개인과 개인간 택배 운송이 중심이다. 네이버, 카카오톡, CJ대한통운 앱, 홈픽 홈페이지 등으로 택배를 접수하면 중간 집하업체가 1시간 안에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받아와 거점 주유소에 보관하고, 이를 CJ대한통운이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홈픽은 C2C 택배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집하 부담으로 인해 물품 발송에서 수령까지 고객의 택배 접수·대기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홈픽에 이어 전국의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주유소 물류 허브화를 추진하는 한편 양측이 보유한 자산 모두를 대상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주유소를 개인 간 택배 물류 기지로 활용하는 사업은 올해 3월 SK에너지가 먼저 구체화해서 공개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GS칼텍스 입장에서는 SK를 따라간다는 불필요한 오해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GS칼텍스 역시 올 초부터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스마트 주유소와 물류 기지 등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왔으며 이 때문에 협업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역시 평소에 늘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가치 창출론과 비슷한 만큼 주유소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기에 협력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50여년 간 경쟁 관계였던 두 회사가 정유 관련 사업은 아니지만, ‘의기투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게 본다. 허 회장 역시 평소 “조금씩이라도 시도해 더 의미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트라이얼 앤드 업그레이드’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1, 2위가 정유 사업은 아니지만, 협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정유업계에서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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