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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종갓집 종손 며느리, 바늘을 만나다...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 인터뷰

국내 손뜨개 시장 대표 업체, 바늘이야기

화장실 옆 창고에서 시작해 업계 1위되기까지

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바늘이야기




#.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평범한 모습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색다른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에 앉은 여성 대부분이 손에 쥐고 있는 바늘과 테이블 위에 놓인 뜨개실. 고개를 들어 건물을 다시 살펴보니 ‘바람뜰’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국내 뜨개질 시장 1위인 ‘바늘이야기’의 송영예 대표가 파주에 새로 지은 복합문화공간의 이름이다.

바늘이야기가 바람뜰에 전시해 둔 손뜨개 작품들. 손뜨개는 무겁고 칙칙하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바늘이야기


◇종갓집 종손 며느리, 바늘을 만나다

올해로 창업 20년째를 맞는 바늘이야기. 국내 뜨개질 시장의 대표 업체로 성장했지만, 그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다. 바늘이야기를 만들기 전 송 대표의 직업은 전업 주부, 그것도 종갓집의 종손 며느리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송 대표도 다른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살림을 천직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뜨개질을 처음 시작한 건 1992년부터였어요. 첫아이를 임신했는데 입덧이 심해서 어디 나가지를 못하겠는 거에요. 무료함을 달래고 태교도 할 겸 뜨개질에 취미를 붙였죠.”

그렇게 시작한 뜨개질은 동호회까지 이어졌다. PC 통신이 막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 송 대표는 ‘바늘 사랑’이라는 뜨개질 모임의 방장을 맡았다. 주부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함께 아이의 옷을 만들고, 뜨개질 정보를 교환했다. 마침 국내에서 손뜨개 인기가 조금씩 높아지던 때였다. 송 대표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람뜰 3층에는 세미나 겸 손뜨개 교육 장소가 마련돼 있다. 2층 카페의 손님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바늘이야기


◇IMF 외환위기 때 창업이라고?

“손뜨개 동호회를 운영하다 보니 잡지에 기고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1995년부터 3년 정도 손뜨개 관련 글을 연재했죠. 전문성을 위해서 외국 서적을 찾아보고, 해외에 나가 좋은 실을 사오기도 했어요.”

송 대표의 손뜨개 지식과 전문성은 이미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서 실을 좀 구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던 것도 이즈음이었다. 횟수가 늘어나면서 송 대표는 아예 판매를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송 대표는 손뜨개 전문 쇼핑몰 사이트의 문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쇼핑몰이라는 게 흔치 않았을 때였어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판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거짓말처럼 주문이 들어오더라고요. 하루에 우체국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몰라요.”

이듬해 또 다른 기회가 송 대표에게 찾아온다. 송 대표가 판매하던 젊고 산뜻한 감각의 손뜨개 제품을 눈여겨 봤던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 해 9월 출판된 ‘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는 20만 부가 팔렸다.

◇화장실 옆 작은 창고에서 터진 대박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강의 제의도 들어왔어요. 경기 고양의 한 대형 패션 아웃렛 지하에서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이 너무 많아서 곤란할 지경이었죠. ‘오프라인 매장을 내볼까’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돈이 부족했어요.”

마침 강의실이 있는 지하의 화장실 옆에 5평 남짓한 작은 창고가 있었다. 다른 상가에서 버린 가구나 집기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아무도 쓰지 않는 공간이었다. 송 대표는 아웃렛에 그 창고 공간을 매장으로 쓰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사실 아웃렛에서도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을 거에요. 비어있는 공간에 가게를 내서 매출 수수료를 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준비를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문을 열었는데 흔히 말하는 대박이 터졌죠.”

매장 오픈과 동시에 손님은 몰려들었다. 주변의 다른 가게에 피해가 갈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웃렛에서 건물 정중앙에 20평 정도 크기의 매장을 내보자는 제안을 역으로 해왔다. 강의를 시작하고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왜 바늘이야기일까?

바늘이야기는 유럽에서 부자재를 직수입하는 덕분에 다양하고 예쁜 색감의 실을 공급하고 있다./바늘이야기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2001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매장 수가 순식간에 200개를 넘었다. 송 대표는 2006년 한국손뜨개협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손뜨개 인구 확산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바늘이야기의 인기는 차별성에서 나온다. 유럽에서 직수입한 부자재를 직접 공급하는 덕분에 다른 업체들과는 품질부터 다르다. 중간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저희는 손뜨개 완성품이 아니라 DIY(Do It Yourself·직접 제작)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설명서와 바늘, 실 등을 소비자가 한 번에 받아보는 식이죠. 제품의 디자인과 패턴이 젊고 감각적인 덕분에 인기를 끌 수 있었어요.”

현재 바늘이야기에는 7명의 손뜨개 디자이너가 활약 중이다. 매달 20개 이상의 자체 개발 디자인과 패턴을 제작하고 있다. 늘 새롭고 산뜻한 손뜨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바람뜰에서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손뜨개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바늘이야기


◇모두가 함께 즐기는 손뜨개

한국손뜨개협회가 추정하는 국내 손뜨개 인구는 100만 명 내외다. 주기적으로 손뜨개를 하는 마니아층만 추산한 숫자다. 송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늘 손뜨개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손뜨개 시장이 가장 큰 곳은 미국이에요. 수제품의 인기가 워낙 많아서 남자 작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죠.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협회를 발족하고, 교육 사업에 힘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손뜨개를 즐겼으면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파주 신사옥에 복합문화공간인 ‘바람뜰(바람이 머물다 가는 뜰)’을 지은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카페와 쉼터, 손뜨개 부자재 판매 매장을 한데 모은 이 곳은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회사에서 워크숍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 있는 서울 매장도 내년 3월쯤에는 파주 신사옥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바늘이야기를 만든 지 20년이 됐네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손뜨개 재료를 공급하겠다는 저희의 다짐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손뜨개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게 관련 저변을 확대해가면서 박물관까지 만들어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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