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20일 개최한 제9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는 공식 토론이 끝난 뒤에도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고언(苦言)’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날 포럼이 끝난 뒤 ‘애프터 티타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정부가 (진상규명 등을 통해)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이는 산소가 모자라 헉헉대고 있는데 창문을 열어줘야 할 정부가 호흡을 줄이고 기다리라고만 하는 꼴”이라며 “정부가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줘야 자원개발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공기업의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인사는 “출발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 한 게 맞지만 자원공기업의 대규모 부실의 더 직접적인 원인은 모든 투자를 막아버린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며 “공기업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민간기업도 움직이는데 낙인찍기로 공기업의 손발이 묶이니까 민간의 투자도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부실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 문제 탓에 자산인수든, 매각이든 우리 공기업은 대단히 경직돼 있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풀어주지 않으면서 공기업한테 자원개발을 하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실자산 매각에 대한 우려도 컸다.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장은 “자산 매각을 통해 공기업을 정상화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안 팔리는 부실자산이 아니라 팔릴 수 있는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부터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사정 정국이 되레 자원개발의 싹을 짓밟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사업 81개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10% 정도인데 그것 때문에 자원개발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지금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가 민간 부문에 시그널을 너무 나쁘게 줬다”며 “공기업도 그렇고 민간기업도 투자를 못 하는 상황이 5년째 지속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원개발 정책 예산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고 하반기부터는 감사가 또 시작되는데 재판까지 이어지면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며 “내년까지 검찰 수사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0년 예산이 없다는 말인데 그러면 이번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은 아예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부실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애써 축적한 전문인력을 놀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공사에 자원개발 전문인력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데 구조조정과 사정 한파에 다들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원개발 성공의 키는 전문인력인데 산업이 무너지면 유능한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에서도 인재를 안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토론은 돌고 돌아 꾸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왔다.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격이 낮든 높든 꾸준히 사들이는 적립식 펀드가 결국 수익이 보장되는 것처럼 해외자원개발도 정권에 따라 춤추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