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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금리 역전에도...외국인 원화채권 쇼핑

"신흥국중 재정건전성 좋아"

보유 잔액 108조 사상최대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다시 넘어섰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이후 한국 시장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던 외국인은 주식은 팔았지만 채권을 계속 사들였다.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그나마 원화채권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액 규모는 108조8,584억원이다. 이미 지난달 월간 보유잔액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규모는 올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지난해 12월 98조원에서 올해 1월 100조원으로 증가한 후 매월 1조~3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초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역전 우려가 나오며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해외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해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 금리 차가 통화가치와 자금 유출을 결정하지 않았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며 “아르헨티나·터키 등 신흥국 위기가 가중됐지만 한국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뛰어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외국인은 최근 한 주간 주식시장에서 1조7,000억원을 순매도하고 국고채 3년물 3,600계약, 10년물 5,800계약을 순매수하는 행보를 보였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더뎌진 것도 채권투자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국내 기준금리가 1~2회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한국은행은 고용 등 경기지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금리 인상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글로벌 통상압박 등 대외적 요인이 하반기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4개월간 이어진 취업 감소는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52시간 근로 등으로 기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3·4분기 기준금리가 인상돼도 경기 개선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발성 금리 인상은 채권 매수의 좋은 기회가 된다. 다만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불안이 계속돼 안전자산을 원하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지만 국내 경기 여건은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수입 자동차 관세부과 가능성, 반도체 사이클 종료, 근로시간 단축 등은 하반기 국내 경기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1.75%에서 마무리된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3년물, 10년물은 각각 2.10%, 2.5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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