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 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선호한다. 3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은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를 더 사용한다.
이 같은 통계는 20대의 ‘체크족’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크족이란 체크카드만 사용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물론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들이 체크족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직장인이 돼서도 여전히 체크족으로서의 고집을 쉽게 못 버릴 수도 있다. 이른바 ‘짠테크(짜다+재테크)’로 목돈을 모으는 경제생활 습관을 들이고 관리도 편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없는 돈을 미리 당겨쓰는 것보다 체크카드로 자신의 돈이 실제로 나가는 게 더 와 닿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직장인이 체크카드만 사용하는 것을 현명한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신용카드를 이용해야만 자신의 신용을 쌓을 수 있고, 향후 금융을 사용하는 선택권이 더 넓어진다.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가 주는 혜택도 더 많다. 그런 면에서 이왕 돈을 쓸 거면 신용을 쌓고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게 아무런 혜택 없는 체크카드보다 나을 수 있다. 사회생활을 이어갈수록 금융을 이용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직장인이 돼 나중에 차를 사든 집을 사든 혼자만의 힘으로 못하는 것을 금융의 힘을 빌려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그다음에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고 돈을 더 쌓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잡으면 신용카드는 금방 만들 수 있다. 카드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발급기준은 만 20세 이상 성년,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 NICE평가정보 기준 신용등급 6등급 이상 등이면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다만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대의 월평균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3만6,000원으로, 15만4,000원인 체크카드 이용금액보다 높다. 월평균 이용건수로 보면 체크카드가 9.8건, 신용카드가 8.5건이다. 신용카드 이용건수가 더 적은데 금액은 더 높은 것이다. 연령대와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신용카드 이용건수와 금액은 점점 더 높아진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이 명확한 경제활동 개념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만들어 사용하면 큰 부작용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회초년생으로 처음 시작할 때는 신용카드를 하나만 만들어 자신의 소비습관을 우선 파악하고 다져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신용카드 한도가 200만원인 사회초년생이 만약 여러 카드를 만들면 그 카드들이 모두 200만원 한도가 있는 만큼 돈을 과도하게 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요즘도 카드 돌려막기로 고생하는 젊은 층 고객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따라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혼용할 수 있는 카드상품을 일단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활비 통장에 있는 돈을 체크카드로 우선 사용하고, 나중에 통장에 돈이 다 떨어졌는데 돈을 더 써야 할 경우 신용카드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또 주의해야 할 점은 소비자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카드대금 연체와 카드론이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신용카드사 연체율은 1.96%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적으로 보면 낮은 수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80%보다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연체율이 올해 들어 상승하고, 카드론 등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등 일부 불안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소비자들의 카드이용 습관이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전반적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최고금융기관인 한국은행이 소비자들에 주의를 당부한 셈이다.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카드론은 1금융권이 아닌 2금융권의 대출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처럼 대출금리가 20% 안팎이다. 한편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부주의로 카드대금이 며칠 정도 밀리는 것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만약 급여통장과 신용카드 결제 통장이 다르면 카드대금 결제일 전으로 자동이체를 설정해놓으면 편하다”고 말했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유념하고 소비습관을 다지고 나면 그때부터 카드 혜택들을 알아보고 카드를 더 만들면 된다. 신용카드를 여러개 만드는 이유는 돈을 많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게 더 유리한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높을수록 혜택이 많지만, 사회초년생에게 연회비 높은 카드를 굳이 마련할 필요가 없다. 이들 카드의 혜택은 대부분 백화점에서 명품을 살 때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이나 항공권 구매 시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등이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은 따라서 좀 더 실질적으로 일상 소비생활에 도움이 되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어 사회초년생이 카드를 처음 만들 때는 주로 본인의 주거래은행을 통해 만드는 게 편리해 비은행 카드사는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습관을 다지고 나면 비은행 카드사를 사용함으로써 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은행 카드사는 대표적으로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이 있다. 이들 카드사 관계자들은 “사회초년생에게 적합한 카드는 가입할 때 복잡한 카드 이용조건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삼성카드가 사회초년생에게 추천하는 상품은 ‘taptap S’ 카드다.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 특정 금액을 넘겨야 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존 카드와 달리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1%포인트 적립해준다. 이어 카드로 매월 100만원을 결제하면 최대 1만 포인트가 적립된다. 또 월2회, 연12회 한도로 모든 영화관 5,000원 할인이 소소한 혜택도 있다. 연회비는 1만원이다. 현대카드는 사회초년생에게 ‘현대카드ZERO’를 추천한다. 조건 없이 가맹점에서 결제 시 기본 할인율 0.7%를 제공한다. 또 일반음식점이나 카페, 편의점 등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0.5%포인트 추가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연회비는 1만원이다.
이같이 카드마다 주어지는 혜택이 다 다르니 자신의 소비패턴을 먼저 파악하고 카드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오는 11월부터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간편하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포인트를 규모와 상관없이 카드대금과 상계해주거나 카드대금 결제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포인트 현금화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할인보다는 포인트 적립 혜택이 더 큰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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