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와 상생하는게 혁신성장”
LGD “자료제공 협력사가 결정”
SKT는 보유특허 1,000건 공유
시험 장비·연구공간 무상 제공
中企 기술탈취땐 임직원 처벌도
#지난 2012년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의 기술 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 협력사 기술자료 요구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의 임직원이 자체 업무 포털시스템을 통해 기술 요구서를 작성하면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해 협력사에 발행되는 방식으로, 협력사가 기술자료 제공에 대해 동의·거절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스템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현재 여타 LG그룹 계열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밖에도 협력사의 도메인이 포함된 곳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기 전 기술자료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라는 경고창도 자동으로 뜨게 하고 있다. 이메일 등을 통해 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2014년부터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협력사에 무상으로 시험장비, 연구공간 등을 지원하는 ‘티 오픈 랩(T Open La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티 오픈 랩은 ‘쉴드룸’과 ‘5G 테스트 베드’, ‘테스트룸’ 등으로 구성돼 협력사가 다양한 디바이스를 시험하거나 개발·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SK텔레콤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1,000여건도 협력사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를 넘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스타트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위해 올해 초 전담조직인 ‘오픈콜라보 센터’를 신설했으며,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 미래 5G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들과 함께 참가했다.
SK텔레콤은 스타트업들의 전시부스와 참가경비 등을 지원하고 해외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미팅도 주선했는데, 덕분에 MWC2018에 함께 참가했던 웨어러블 열전소자 기술을 개발업체 테그웨이는 대만 HTC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자체시스템 개발과 임직원 교육·처벌 등을 통해 기술 탈취 근절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보유 기술 등을 협력사나 스타트업과 공유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등 상생 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사와의 상생 없이는 혁신성장도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사례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3월부터 임직원이 협력사에 기술자료를 요청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표준기술자료요구서’를 자체 개발 시스템에 장착, 이를 통해서만 기술자료 요청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기술 관련 분야 임직원들은 협력사의 기술자료보호와 관련해 서약서를 작성했다”며 “만약 임직원이 회사에서 정한 시스템 외의 방식으로 기술자료를 요청할 경우 사규를 어긴 것으로 판단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호 실행정책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내세우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기술탈취 근절 노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사내벤처제도 정착도 기술탈취 대신 새로운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대표적인 상생정책으로 꼽힌다. 사내벤처제도는 좋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넘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육성하려는 포석이다.
실제로 대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삼성전자의 ‘C랩’은 현재까지 200여개의 아이디어를 발굴·육성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 세계 최초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핏360’으로 혁신상을 받은 링크플로우,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작성한 내용을 점착식 메모지에 출력하는 인쇄기 ‘네모닉’ 개발업체인 ‘망고슬래브’ 등이 대표적이다. 링크플로우는 현재 해외로부터의 투자유치를 앞두고 있으며, 창업 1년 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20배 이상 상승하는 쾌거를 낳았다. 망고슬래브 역시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85회 도쿄 국제 기프트 쇼’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와 LS전선 등도 자체 사내벤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사내벤처프로그램을 통해 분사한 한 업체의 대표는 “비교적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여타 창업과 달리 사내벤처의 경우 분사까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설사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나 기술 개발에 있어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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