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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된 '요금 인가제'에…발목 잡힌 SKT

1위 사업자 요금제 출시 때 필요

시민단체 압박에 과정 길어질듯

내달 중순 이후에나 출시 가능성

KT·LGU+와 경쟁서 '속수무책'





SK텔레콤(017670)이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요금 인가제’에 발목이 잡혀 최근 불어닥친 요금 경쟁에서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정된 지 27년 된 요금 인가제가 변화된 통신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2,700만 명에 달하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신규 요금제 출시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과 꾸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030200)가 지난달 월 6만9,000원에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신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업계 간 요금 경쟁이 본격화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032640)도 지난 2월 속도제한(QoS)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월 8만8,000원에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SK텔레콤의 LTE 최상위 요금제인 ‘LTE 시그니처 마스터(Master)의 경우 월 11만원에 35GB의 데이터를 기본 제공해 KT의 6만원대 요금제 대비 경쟁력이 떨어져 이에 따른 고객 불만도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등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통신시장 1위 사업자에게 부여된 요금 인가제다. SK텔레콤이 요금안을 만들어 과기정통부 측에 제출하면 정식 출시까지 최소 3주 이상이 걸린다. 요금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데다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 측과도 상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파급력이 큰 요금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측과의 상의도 거쳐야 해 출시 시기가 더욱 더뎌진다.



특히 이번 요금제 인가 과정은 어느 때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가 이달 초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난 2005년부터 6년간 요금 인가 신청 48건 중 조건부 1건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원안대로 통과 됐다”며 인가제 강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요금안을 제출하면 매우 세밀히 살펴볼 예정이며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는 빨라야 다음 달 중순 이후에나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 또한 지난 1991년 처음 도입된 요금인가제가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고 지난 2015년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19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고 2016년에 재상정했지만 해당 상임위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요금인가제로 요금경쟁이 명백하게 제한되고 있으며 정부가 주도하는 요금담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법안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신규 요금 출시때 신고만 하면 되는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후 요금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1위 사업자의 시장 독식과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많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요금 인가제 폐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자간 요금 경쟁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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