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첫 호텔인데 좀 더 글로벌 한 관점에서 다시 진행해 주세요.”
지난해 초 이미경 CJ 부회장은 K컬쳐밸리 사업 담당자들과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K컬처밸리 내에 조성되는 호텔이 논의 대상이었다. CJ그룹은 애초 K컬처밸리내에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일본관광객 등을 겨냥해 값싸고 실용적인 비즈니스호텔로 꾸밀 계획이었다. 이 부회장의 제안에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그냥 그런 호텔이 아닌 자체 브랜드의 초특급 호텔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CJ그룹에게 자체 브랜드 특급호텔은 또 다른 도전이다. 호텔업계에서 자체 브랜드는 리스크가 크다. 설립, 운영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호텔체인들의 리그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 후 1년간 M&A와 사업구조개편을 진행한 CJ가 신규투자의 정점을 K컬처밸리와 CJ호텔에서 찍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았다. CJ그룹은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1년 간 CJ제일제당(097950)과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인도·베트남·러시아·미국 등에서 7건의 글로벌 M&A를 성공시켰다. 인수금액만 9,000억원이 넘는다. 사업재편도 속도를 붙였다.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해 실탄을 확보한 후 바이오와 식품으로 사업을 통폐합했다. 또 CJ오쇼핑(035760)과 CJE&M을 합병해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인 CJENM으로 재편했다. CJ그룹은 향후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핵심역량에 집중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할 계획이다.
문화콘텐츠 사업의 영역에서 호텔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 호텔업계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기업이 목표인 CJ에게 자체브랜드 호텔은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그룹내 전략에 따라 CJ의 자체브랜드 호텔사업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 후 급물살을 탔다. 자체 브랜드에 대한 선택은 우선 호텔업의 특수 상황이 반영됐다. 힐튼이나 아코르, 메리어트그룹 등 세계적 유명 호텔 체인은 기존에 호텔업을 하지 않는 대기업에게 브랜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CJ 입장에서는 당장은 자체 브랜드로 일정 기간 업력을 쌓아 이후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J는 ENM과 CGV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제일제당·푸드빌·프레시웨이의 식품 및 식품서비스 등을 주력으로 한다”며 “자체 호텔 브랜드를 만들고 향후 체인으로 육성한다면 관련 사업을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열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화 컨텐츠 기업인 디즈니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테마파크를 통해 발생하는 수요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면에서도 자체 브랜드가 유리하다. 앞으로 K컬쳐벨리에서 케이콘(KCON·K팝 콘서트)을 비롯한 각종 한류 문화 중심지로 육성된다면 전 세계에서 소비자가 몰려든다. 일본에서 지난 4월 13~15일 사흘간 진행한 케이콘에 6만8,000명이 몰린 바 있다. K컬쳐벨리가 일산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방문객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은 제한적이다. 한류 소비자 누구나 묵을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 아니라 누구도 묵고 싶은 최고급 호텔을 조성해 보다 높은 가격에 차별화된 수요를 공략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디즈니의 각종 캐릭터를 활용한 숙박 시설처럼 유명 아이돌이나 프로그램을 테마로 한 호텔로 차별화도 가능하다.
국내 고객에도 기존에 접했던 5성급 호텔과는 다른 콘셉을 통해 차별화된 수요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 조성되는 파크원에는 최고급 국내에도 페어몬트가 들어온다. 국내 호텔업계는 한동안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해왔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 시장은 양적 성장 보다 차별화와 고급화에 방점이 찍힌 상황이다.
향후 CJ가 적극적으로 호텔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K컬쳐벨리의 호텔을 기준으로 하위 브랜드를 론칭해 도심 내 비즈니스 호텔 및 해외 주요 거점에 호텔을 인수할 경우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브랜드를 임대해 운영 중인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2020년 매출 100조원의 그레이트CJ를 위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강도원·임세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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