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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100세 시대 주목받는 신탁]애완동물부터 1인가구·기부형까지...개인 맞춤상품 쏟아진다

반려동물·저출산시대 반영 '펫코노미' '금지옥엽' 상품 등장

한부모가정·1인가구 겨냥한 '양육비 지원' '1코노미' 눈길

'유언기부신탁' 등 기부문화 활성화 상품도 갈수록 증가 추세

"규제벽 높아 장기자산관리서비스 자리잡기엔 한계" 지적도

늘어나는 노령 인구뿐만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생활방식에 맞춘 신탁상품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려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펫(애완동물) 신탁이 출시되는가 하면 1인 가구나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한 신탁상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탁이 장기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신탁 시장이 커짐에 따라 ‘펫코노미신탁’, ‘KB금지옥엽 신탁‘ 등 다양한 이색신탁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펫신탁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고객이 은행에 미리 양육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주인에게 양육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법률상 동물에게 직접 유산을 상속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든 상품이다.

KB금지옥엽 신탁은 저출산 시대에 귀한 손주에 대한 조부모의 관심을 겨냥해 출시됐다. 조부모가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손주에게 대학입학·결혼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면 은행이 해당 자금을 손주에게 지급하는 증여형과 조부모가 손주를 위해 은행에 맡긴 자금을 조부모 사후에 지급하는 상속형으로 나뉜다. 이와 함께 장애인 자녀가 부모 사후에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지원받도록 하는 ‘KB 한울타리 신탁‘도 눈길을 끈다.





KEB하나은행은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상품을 내놨다. 하나은행의 ’양육비 지원 신탁‘은 이혼한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은행이 양육비를 관리해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목돈으로 신탁에 맡겨진 자금이 지속 관리되면서 매달 해당 자녀가 일정금액을 직접 받을 수 있어 양육비 관련 법적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금융권 최초로 치매에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치매안심신탁’과 정신적인 제약으로 성년후견심판 등을 받은 성년을 위한 ‘성년후견지원신탁’을 출시했다. 성년후견지원신탁은 치매는 물론 정신적인 제약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하는 능력이 결여돼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개시심판 또는 한정후견개시심판을 받은 법률행위 제한자도 대상으로 한다.

날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신탁상품도 등장했다. 국민은행의 ‘KB 1코노미 증권투자신탁(주식형)’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수혜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상품으로 IT·유통·엔터·미디어 등 다양한 섹터에 분산투자하는 구조다.



기부 활성화를 위한 신탁상품도 확대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유언기부신탁 신상품 4종‘을 판매하고 있다. 유언기부신탁은 금전의 재산을 은행에 신탁한 뒤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할 경우 신탁 잔액을 사전에 신탁 계약서에 명시한 공익단체·학교·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도 가입 금액의 50%는 기부하고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우리나눔신탁’을 내놓고 있다. 기부 시점에 따라 생전기부형과 사후기부형으로 나뉘며 기부자는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지정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이와 관련해 출시할 만한 신탁상품이 있는지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사회 변화에 발맞춘 신탁상품뿐만 아니라 수익률에 초점을 둔 신탁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중국 교통은행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위안화 특정금전신탁(MMT)’을 내놨다. 국민은행은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을 통해 금을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KB 골드바 신탁’을 판매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이색신탁상품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익을 늘리기 위한 퇴직연금신탁, 주가지수연계신탁(ELT)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신탁상품이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인 자산관리서비스로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만큼 신탁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관리의 대가로 보수를 꾸준히 지급하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부족하다. 그 다음으로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영업 역량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높은 벽이 신탁 활성화를 막고 있다. 한 은행의 신탁 담당 임원은 “현재 신탁업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상으론 부채나 담보권 등의 수탁이 불가능해 고객이 재산을 통합적으로 위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객이 신탁을 체결할 때에 투자판단을 완전 위임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어 신탁이 고객의 장기자산관리 서비스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장기간 고객 자산을 관리하다 보면 자산 매매가 여러 번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고객의 동의 서명이 필요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면 미국·영국·호주·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신탁 계약 시 투자판단 위임을 제한하지 않는다. 우리 금융 당국도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고객이 비대면으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고객이 금융회사를 믿고 맡긴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금융사가 자율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신탁을 운용,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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