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한번 일본 롯데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신 회장의 사임안을 오는 29일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함께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해임을 함께 요구했으며 자신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재선임 안건도 제안했다.
신 전 부회장은 적극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구속수감된 신 회장은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이미 여러 차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신 전 부회장이 패배한데다 일본 롯데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사 해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일본 사회가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를 한국보다 엄격하게 다루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에 대한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지난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경영권 다툼을 사실상 접고 일본에서 활동해온 만큼 숨겨둔 승부수가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일본 롯데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인 만큼 종업원지주회의 선택에 따라 일본 롯데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고바야시 마사모토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종업업지주회에 큰 영향력이 있어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부재는 이런 구도에 균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이전부터 일본 롯데의 ‘종업원지주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경영진 도덕성에 민감한 일본 사회인 만큼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에 다시 손을 내밀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현재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날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도 신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그룹의 안정을 위해 보석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읍소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자신의 해임안 통과와 함께 신 전 부회장이 경영진으로 복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어느 하나라도 통과되면 롯데그룹은 또다시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