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깜깜이 투자’를 해소하고자 발행되고 있는 기술분석보고서가 초기 흥행에 실패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총 21개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이후 주가가 올랐다거나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된 사례는 아직 없다. 발행 초기인데다 애초 투자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증권사 리포트(보고서)가 아니라는 한계는 있지만 유망 종목 ‘재발견’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IR협의회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 의뢰해 기업의 기술력을 주로 분석한 기술분석보고서는 지난 5월 31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공개되고 있다. 세라믹 부품업체인 모다이노칩, 반도체 공정 장비제조 업체 기가레인, 스테인리스 박판 제조사 쎄니트, 교통카드 솔루션·금융 자동화 업체 에이텍티앤 3곳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총 21개 업체가 다뤄졌다. 기업의 개요부터 재무 현황, 주력 사업과 해당 산업의 전망, 특허 보유 현황까지 비교적 내용이 충실하다는 평가다. 재무·증권 전문 용어가 등장하고 시간을 두고 챙겨보지 않으면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 증권사 보고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매수 주문을 내지는 않는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발간된 3곳(서암기계공업·한라IMS·HSR)을 제외한 18개 종목 중 모다이노칩(누적 순매수 4억원), 기가레인(10억원·이상 6월1일~22일), 파루(2억원·6월15~22일), 아가방컴퍼니(4억원), 오공(2억원), 푸른기술(10억원·이상 6월15~22일) 등 6곳은 보고서 발간 후 개인이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머지 12종목은 오히려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푸른기술·쎄니트·서암기계공업 등은 기술분석보고서와는 무관하게 최근 남북 경제협력 테마주로 묶여 수급이 오르고 주가가 출렁이는 부침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 지원사업에 참여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매수가 몰린 곳도 있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성적은 더욱 안 좋다. 18개 종목 중 밥솥 제조사인 PN풍년과 푸른기술만 주가가 오르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변변한 보고서 하나 없던 코스닥 종목들을 분석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인 만큼 아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시작부터 애초 목표인 개인의 외면을 받는다면 방향 설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 연구원들이 코스닥 기업을 잘 몰라서 보고서를 못 썼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애널리스트가 기술분석보고서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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