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선언으로 불붙은 남북 경협주 상승세가 주춤하다.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현실화하지도 않았는데 주가가 너무 앞서 갔다고 지적한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올해 초 2,600선에도 올라섰던 코스피지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악재가 겹치면서 6월 중순에는 2,300선대로 밀려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바이오주를 비롯해 거의 모든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6월 12일 북미회담 이후 5거래일 연속 큰 폭의 하락장이 연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싱가포르 저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까지 했다. 큰 이변 없이 북미회담이 마무리 됐지만, 시장이 평소처럼 불확실성 해소 프리미엄 후광을 보지 못하고 고꾸라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종목 창에 파란불이 켜진 가운데 간간이 보이는 빨간불도 있었다. 대부분은 남북 경협주였다. 상반기 가장 핫한 테마주로 이름을 날렸던 남북경협주가 일부 조정을 받는 모습이었지만, 업종에 따라선 오히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도 있었다.
◆ 먼저 주목받은 개성공단·송전 관련주
남북 경협주는 올해 1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이 시기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개성공단·송전 관련주였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 이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개성공단 관련주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 종목으로는 인디에프, 신원, 좋은사람들 등이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개성공단 관련주는 대부분 섬유업체라 눈길을 끈다.
송전 관련주 상승은 남북경협이 실질적인 이행단계로 나간다면 송전 관련 업체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배경이 됐다.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산업용 전기시설이 먼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영솔루텍, 제룡전기, 제룡산업, 제이에스티나, 이화전기, 광명전기, 선도전기 등의 종목이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꿈틀거렸다.
◆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 랠리 시작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남북관계가 화해무드에 접어들면서 △시멘트 △철도 △도로 △가스 △원자재 △음식료 등 남북경협에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대부분 업종들이 남북경협주라는 테마를 등에 업고 우상향 행진을 시작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남북이 소소한 신경전을 벌일 때마다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꾸준히 고점을 높여나갔다.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남북경협주는 4월 27일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폭풍질주를 시작했다. 정상회담일이 금요일이었던 까닭에 당일 호재를 반영하진 못했지만, 남북경협주들은 30일 월요일 상당수 종목들이 20%대 이상 상승폭을 기록하며 잠재적 에너지를 발산했다.
◆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신고가 퍼레이드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레벨업된 남북경협주들은 이후 있을
북미정상회담 기대를 재료로 삼아 시장의 주도주로 눌러앉았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은 이전 남북정상회담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남북정상회담은 중간중간 마찰이 있긴 했지만, 회담 성사 자체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담 당일까지 비교적 순탄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반면, 북미정상회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정상 간 만남이었기에 매일매일 이슈에 따라 등락이 크게 엇갈렸다.
저점과 고점 폭이 큰 박스권에서 불안한 횡보를 이어가던 남북경협주들은 급기야 5월 24일 트럼프의 ‘북미회담 전격 취소 결정’ 발표에 25일 20%대 하락을 기록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북한이 빠른 대처로 미국을 달래 다시 회담이 열리기로 하면서 남북경협주들은 다음 거래일인 28일 이전 가격을 바로 회복, 이후 하루 이틀 시차를 두고 52주 신고가 경신 퍼레이드를 벌였다.
◆ 조정 거치며 업종별 옥석 가리기 시작
6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6.12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상승한 것과는 반대로, 판타스틱한 5월을 보냈던 남북 경협주들은 6월 시작과 동시에 급등 피로감에 업종 불문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는 시장 전체가 조정기에 들어갔다. 재밌는 것은 이 시기에 남북 경협주들의 업종별 등락이 다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주 업종인 건설·철도주는 하락세를 면치 못한 반면, 가스·시멘트주는 상승 반전했다.
특히 문배철강, 조광ILI, 휴스틸 등 가스주 종목들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높은 상승세로 눈길을 끌었다.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에서 남·북·러를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이 논의되며 진척을 이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업종별 옥석 가리기 심화할 듯
시장에선 앞으로 남북경협주들의 업종별 옥석 가리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들이 동반 상승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바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남북경협 사업 진행 순서를 고려해 투자 전략을 장단기로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4.27 남북 공동성명을 통해 추론컨대, 철도 건설·복원 사업이 가장 먼저 진행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철도나 건설 관련 업체들이 가장 먼저 ‘실제’ 기업 이익 증가를 볼 수 있겠죠. 남북경협 관련 숫자가 잡히는 겁니다. 2000년 경의선, 2004년 동해북부선, 2015년 경원선 등 건설·복원 사업 때에도 관련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받았습니다.”
남북경협 사업은 기존에 합의된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10.4 남북공동선언(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된 선언) 합의사항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10.4 선언 땐 철도·도로 연결이 우선 거론된 바 있다. 4.27 남북 공동성명에 동해선,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이 언급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또 남북경협이 현실화하지도 않았는데 남북 경협주들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아직 사업이 구체화하지도 않았는데 남북경협의 기대가 주가에 너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남북경협주 중에는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수치가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100배가 넘는 종목이 수두룩하죠.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고려한 투자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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