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에 이르는 머크의 과거 성공도 의미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입니다. 불확실성이 높고 변화가 빠른 미래에 적응하기 위해 머크는 현재 이뤄지는 모든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 중이며 특히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글렌 영 한국머크 신임 대표는 26일 창사 350주년을 맞아 서울 코트야드메리어트 남대문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혁신’과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그는 “호기심(큐리어시티)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이니셔티브를 찾기 위해 계속 고민 중”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등 디지털에 기반을 둔 첨단 기술을 통해 현재 사업 분야에서 성장성을 찾는 것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개발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668년 독일 담스타트의 ‘천사약국’에서 시작된 머크는 현재 66개국, 5만 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기능성 소재와 생명과학, 헬스케어라는 3분야를 핵심 사업군으로 두고 있으며 2017년 매출은 153억유로(약 20조원)에 이른다.
영 대표에 따르면 머크의 최근 10년은 지난 350년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대규모의 변화를 겪은 시기다. 2007년 세로노, 2010년 밀리포아, 2015년 씨그마알드리치 등 굵직한 생명과학 기업들을 인수하며 과학기술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영 대표는 앞으로도 혁신을 위한 머크의 노력이 계속되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지난 5월 독일에서 문을 연 이노베이션센터의 사례를 들었다. 6,900만유로(약 900억원)가 투입돼 문을 연 6층 건물에는 스타트업과 사내 벤처들이 입주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머크의 현 사업 분야를 초월하는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첨단 생명과학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19년 송도에 새로운 생명과학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영 대표는 “‘제약회사’ 혹은 ‘소재회사’라는 이름보다 ‘활기찬 과학기술 기업’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 머크의 목표”라며 “스스로의 혁신과 과학계와의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는 물론 과학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머크는 13대째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1995년 기업공개를 했지만 지분의 30%만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나머지 70%는 머크 가문의 소유다. 현대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문경영인 제도’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글렌 영 대표는 “머크 가문의 우수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이뤄진 것이 바로 350년 머크의 장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해 관계에 중점을 두고 운영된 우수한 지배 구조가 보다 많은 이익을 회사의 장기 목표에 재투자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머크는 창사 350주년 기념 행사로 오는 7월 본사가 있는 독일 담스타트에서 노벨상 수상자 5명 등 총 35명의 세계적 과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하는 ‘큐리어스 2018 퓨처 인사이트’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