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의 차이나모바일 부스에 마련된 게임기 모양의 5G 기반 원격 운전석. 지나가던 참관객이 시연을 위해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자 운전석 앞에 마련된 세 개의 화면에 즉시 실제 운전석에서 보는 화면의 모습과 사이드미러·백미러 속 모습이 펼쳐졌다. 영상 속 차량은 시연자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곧바로 우회전을 했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즉각 멈춰 섰다. 바라보던 사람들의 입에서는 ‘와’하는 탄성이 쏟아졌고 시연자는 현장 안내를 맡은 차이나모바일 직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27일 막을 올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높은 가성비에 더해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눈에 띄게 개선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대 규모의 부스에 혁신 기술들을 선보이며 ‘5G 굴기’에 나섰다.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는 참가업체 중 최대 규모(1,208㎡)이자 경쟁사인 노키아와 에릭손(775㎡)보다 1.5배 이상 큰 부스를 마련하고 5G를 기반으로 한 원격 수술 로봇과 실시간 화재 경보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중국의 대표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역시 굴착기 원격 제어와 차량 원격 운전 등 다양한 5G 활용 사례로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또 다른 이동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은 5G를 활용해 원격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시연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면 연주자의 손놀림에 맞춰 텅 빈 피아노의 건반이 눌리며 연주자가 치고 있는 곡이 흘러나왔다. 신국제엑스포센터 7개 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상용화를 앞둔 5G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개막과 동시에 많은 인파가 몰리며 대부분 전시 부스가 참관객들로 붐볐으며, 특히 화웨이와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업체들의 부스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번 전시회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대규모 국제행사다. 이 때문에 실제 5G가 현실화될 경우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지 미리 엿보는 장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5G에서만큼은 이전까지 추격자의 위치에서 ‘선도자’로 떠오른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뚜렷이 부각됐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중국의 대표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 최고경영자(CEO)도 5G 주도권을 화웨이가 쥐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5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화웨이의 5G 기반 특허기술의 전반적인 비용을 4G에 비해 크게 낮춰 더 많은 기기가 연결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만4,037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가 5G와 관련한 특허다. 안방에서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낮춰 더 많은 기업이 화웨이 중심의 5G 환경에 들어오게 하겠다는 계획을 선언한 셈이다. 화웨이는 이미 360개의 표준화 기구에 가입해 이 중 300개 이상의 기구에서 중역으로 활약하며 화웨이 중심의 5G 표준 수립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텔과 SAP·버라이즌 등 36개 통신사 등 IT 기업과 ‘공동혁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며 협력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화웨이는 전시 부스에 주요 협력사의 기업이미지(CI)를 내건 ‘협력사 나무’를 전시하며 생태계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는 현재 전 세계 45개 통신사와 5G 장비 도입을 협의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사들 역시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4G 장비 일부를 화웨이 제품으로 사용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날 전시장을 찾아 부스를 둘러본 뒤 “화웨이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고 삼성과 노키아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변이 없는 한 (5G에서도) 화웨이 제품을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5G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중국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부스를 꾸렸고 모든 영상과 부스 소개를 중국어로 진행했다. 지방에서 단체 전시관람을 온 관람객들의 행렬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색이 국제전시회임에도 전시장을 가득 메운 중국 업체의 직원들과 중국어는 ‘아시아 최대의 이동통신 박람회’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황창규 KT 회장은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었으며 생각했던 대로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며 “KT가 (5G를) 먼저 시작했지만 이제 국가 간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5G 기술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5G는 다른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의 글로벌 리더십을 결정하는 기술인 만큼 철저하게 준비해 대한민국이 5G에서 리더십을 갖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이번 MWC 상하이는 ‘더 나은 미래를 발견하다’를 주제로 29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전 세계에서 600여개 기업이 참가하며 모바일 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를 포함한 7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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