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환자는 말기로 갈수록 빛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바꾸는 망막 광(光)수용체 세포, 즉 시세포의 기능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시신경 혈류이상에 의해 눈과 뇌를 잇는 시신경 중 망막신경절세포가 소실돼 시력을 잃어가는 병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저하도 녹내장 악화 요인으로 확인됐다.
27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하아늘·김영국·정진욱·박기호 교수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2015년 1월~2017년 10월 서울대병원 녹내장클리닉을 방문한 150명의 안구광학단층촬영(OCT) 검사결과를 분석해보니 녹내장 말기 환자는 광수용체 세포가 쓸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 밀집층(광수용체 타원체 구역)의 반사 강도가 중기보다 2.45배, 중기 환자는 초기보다 3,15배 낮았다.
하아늘 교수는 “정상적인 광수용체 타원체 구역은 OCT 영상에서 하얗게 보이는데 녹내장이 심할수록 덜 희게 보였다”며 “이는 미토콘드리아와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녹내장 초기에는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저하와 손상 정도가 약했지만 말기로 갈수록 심해졌다.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은 망막 내 광수용체 세포가 감지해 전기신호로 바꾼 뒤 망막신경절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그래서 광수용체 세포나 망막신경절세포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뇌가 사물을 제대로 보고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녹내장은 40세 이상 인구의 3.5%에서 나타나며 전체 실명 원인의 11%를 차지한다.
박기호 교수는 “망막의 여러 신경세포들은 구조적·기능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신경영양물질을 주고받는다”며 “망막신경절세포의 손상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도 갈수록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 환자마다 광수용체 세포의 변성·기능저하 정도에 따라 시력·시야 등 시기능의 손실 정도와 불편감, 장기적인 예후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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