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장 입구 간판은 1980년대 호프집을 연상케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진열과 쾌적한 쇼핑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메인 통로가 1.8m, 진열대 사이는 0.9m 정도로 가방을 메고 몸을 돌리기 힘들 정도였다. 진열대는 손글씨와 캐릭터가 뒤섞인 POP 광고로 덮여있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하지만 곳곳에 낯설고 재미있는 상품이 끼어있어 나도 모르게 한참 정신 놓고 뒤적거렸다. 바로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이마트(139480)가 선보인 B급 감성의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 쑈핑’ 1호점 매장이다.
정용진(사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1년 여간 준비한 만물잡화점 ‘삐에로 쑈핑 1호점’이 27일 언론에 공개됐다. 삐에로 쑈핑 1호점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지하 1층과 2층에 걸쳐 위치해있으며, 지하 1층 893㎡(270평)·지하 2층 1,620㎡(490평) 등 총 2,513㎡(760평) 규모다.
이마트는 이번 매장에 대해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딱 그런 모습이었다. 삐에로 쑈핑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매장을 깔끔하게 구성하는 기존 방식 대신 오히려 상품을 복잡하게 배치한 점이다. 소비자가 보물찾기 하듯 매장 곳곳을 탐험하는 재미를 준다는 전략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이 타깃이라지만 신선식품에서 가전제품, 천냥코너에서 명품코너까지 4만여 상품을 갖췄다. 남녀노소 누가 와도 시선을 뺏길 상품으로 가득하다. 다이소 같은 저렴한 제품이 주류지만, 중고임에도 4,300만 원을 호가하는 롤렉스 시계에 990만 원대 코냑 ‘리처드 헤네시(700㎖)’도 버젓이 장식장을 채우고 있다.
심지어 대형매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성인용품, 코스프레용품, 흡연용품까지 갖췄다. 아직 허가를 못 받아 담배는 팔지 않지만 10평 남짓한 흡연실도 있다. 그것도 상식적으로 절대 흡연이 불가능한 지하철 2호선 열차 객실을 콘셉트로 한 공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을 ‘급소가격(급처분 상품)’, ‘갑오브값(가성비 높은 상품)’, ‘광대가격(단독·PL 상품)’ 등 이벤트를 통해 저렴하게 내놓는다.
삐에로 쑈핑 론칭을 주도한 유진철 담당 BM은 “삐에로쑈핑은 MD 운영과 매장 동선·콘셉트 등 모든 면에서 이마트와 다르다”며 “특히 판매상품의 경우 65% 이상 이마트에 없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는 본부가 MD와 가격·진열 등을 통제했지만, 삐에로 쑈핑은 점장과 스텝에 전권을 줄 것”이라며 “지역 상권에 맞는 경쟁력 있는 상품도 도입할 수 있어 MD 구성도 매장별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는 스타필드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2호점은 동대문 두타몰에, 3호점은 서울 논현동 자사 건물에 차례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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