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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영주권 도입...유럽 진출 꿈꾸는 글로벌 벤처 몰려

['디지털 최강국' 에스토니아 가보니]

온라인 창업하면 가상주소 부여

유럽서 자유롭게 기업활동 가능

탈린대·테노폴 등 산학연협업 활발

"현지사무소 없으면 제약커" 지적도

방문객들이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Residency)’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고광본기자




유럽연합(EU)에 가입돼 있는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 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Residency)’를 도입, 글로벌 벤처·스타트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아이덴티티 카드(Digital Idenitiy Card)를 발급받으면 해외에서도 온라인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계좌도 만들 수 있다. 100유로(14만원)의 신청금과 소정의 유지비를 내면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한 달 정도 지나 발급해준다. 온라인으로 창업하면 가상주소를 부여하고 일반 회사처럼 세제혜택이나 행정 서비스를 부여한다. 국가 이미지도 높이고 실리도 챙기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다만 비자(90일 무비자)나 체류영주권, 다른 EU 국가로의 입국권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아나우드 캐스타이그넷 e-레지던시 홍보책임자는 “온라인으로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면 EU국가인 에스토니아를 발판으로 글로벌 진출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발급한 지상철 성신여대 교수의 ID카드.


이와 함께 에스토니아는 역동적 창업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탈린대와 테노폴(탈린밸리·Tallinn Science Park Tehnopol) 등에서 스타트업 간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멘토가 돕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잘 가동된다. 다른 EU 국가에서도 젊은이들이 꽤 모여든다.

탈린대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돕기 위해 자부담(20~30%)을 전제로 혁신 바우처나 개발 바우처 등을 지원한다. 연구원과 기업 간 대면 기회도 자주 갖고 현지 10개 이상의 대학과 R&D 지원기관, 기업인 등이 참여하는 페스티벌도 연다. 봄·가을마다 개발자·디자이너·기업가 등이 모여 벤처창업을 모색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멘토 50명과 예비창업자 50팀 이상을 매치해 상위 20개 팀에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데모데이 기회를 준다. 마렉 뮐버그 탈린대 오픈아카데미 스타트업 책임자는 “에스토니아는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탈린 거주자 100명당 약 21개의 회사가 있을 정도로 창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테노폴은 벤처·스타트업이 집적된 단지로 산학연 협업이 잘된다. 입주 요건도 까다롭다. 6억명가량이 가입한 세계 최대 인터넷 화상전화 스카이프가 성장해 미국 이베이에 3조원에 팔리는 등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개인 간 해외 송금 서비스로 유명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나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포코페이 등도 이곳에서 컸다.

현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지상철 성신여대 교수는 “유럽 전역에서 에스토니아에 창업하기 위해 온 스타트업이 80~90%나 될 정도였다”며 “우리도 e-레지던시 같은 프로그램을 참고하고 역동적 창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e-레지던시로 ID 카드를 발급받고 창업을 한다고 해도 현지에 사무소를 두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용 4차산업혁명연구원장은 “디지털 ID 카드로 탈린에 있는 스웨덴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만들려니 ‘온라인으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에스토니아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현지인과 결혼해야 계좌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며 “ID 카드가 글로벌 에스토니아를 보여주기 위한 마케팅용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린=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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