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는 디지털 영주권(e-Residency)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에스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모색하다 EU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유로화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의심한 유럽중앙은행의 반대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헨리크 아비크 에스토니아 암호화폐협회 공동설립자 겸 이사는 탈린 현지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에서 블록체인과 빅데이터를 국가 운영의 기본 틀로 삼고 있어 e-레지던시와 관련된 암호화폐를 모색하기도 했다”며 “EU 중앙은행이 반대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스토니아는 국내외 기업들의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해 많은 해외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ICO에 관한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에 대해 ICO라든지 개방적인 정책을 펴며 코인공개를 원하는 세계 사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에스토니아의 경우 ICO를 원하는 많은 해외 기업이 이곳에 재단을 두고 준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혁신과 간소한 절차, 저렴한 비용, EU 회원국이라는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현지에서 암호화폐 ICO를 한 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먹튀를 하는 사기사건도 있었으나 자율규제와 사후 처벌 원칙을 견지하는 점도 특징이다.
그는 또 “한국이 암호화폐 ICO에 대해 실질적으로 불허입장을 고수하며 적지 않은 기업이 싱가포르나 스위스, 에스토니아 등에서 ICO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장화되는 것은 안 되지만 법적 요건을 정비해 기준에 맞는 업체는 허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린=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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