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주행차·인공지능과 같은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문턱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의 미래 먹거리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말로 끝나는 신성장기술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도 연장이 유력하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 요건 중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율을 현행 5%에서 2~3%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율을 낮추는 것 이외에 다른 요건도 완화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올해 말인 일몰기한도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다음달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이런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업의 신산업 투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최대 10%를 세액공제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 대기업은 5%를 공제받아 다른 시설투자세액공제에 비해 공제율이 높다. 신성장기술로는 미래자동차·인공지능·사물인터넷·바이오헬스 등 11개 분야 157개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세액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 혜택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신성장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율 5% 이상 △전체 R&D비용 대비 신성장기술 R&D 비중 10% 이상 △2년간 상시근로자 수 유지 등 세 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지만 R&D비용 요건부터 문턱이 만만찮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율은 2.8%다.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의 대기업도 이 비율이 1.3%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도 5%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비교적 투자가 많은 벤처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벤처기업의 R&D투자비용은 총매출액의 2.9%였다.
실제 A기업은 자체 개발한 신기술로 첨단 전자부품을 만들어 대규모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5%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현행 5% 요건은 투자를 열심히 하는 기업도 갖추기 어려워 투자 독려를 위한 ‘허들’이 아니라 ‘빗장’ 수준”이라며 “제도 취지에 맞게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장의 요청에 따라 다른 요건도 완화할 수 있는지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정년퇴직으로 나가는 직원이 1년에 1,000명씩 된다”며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신입사원을 그만큼 뽑아야 한다는 얘기지만 총인원을 일률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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