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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500]차선을 변경하는 GM

▲제너럴 모터스 프로파일: 순위 10위, 매출액 1,573억 달러, 이익 -39억 달러, 직원 수 18만 명, 총 주주 수익률 (2010~2017 연 평균) 5.5%

CEO 메리 배라 Mary Barra가 이끄는 제너럴 모터스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는-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미래에 적응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유, 전기,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GM은 발 빠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By Rick Titzeli

약 100년 전, 미국의 말의 수는 정점을 찍고 있었다. 1920년엔 약 2,500만 마리였다. 이 말들은 평원, 도로, 막다른 골목, 로데오, 마구간, 항구, 농장 및 허름한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다녔다. 화물을 실어 나르고, 밭을 갈고, 전쟁에 나가고, 마차에 승객을 태우며 곳곳을 더럽히고 다녔다. 1900년 뉴욕 로체스터 Rochester 보건 공무원들은 도시 내 1만 5,000마리의 말들이 매년 너비 1 에이커(약 1,220평), 높이 175 피트(53미터)만큼의 분뇨를 배출한다고 추산했고, 시사잡지 아메리칸 헤리티지 American Heritage가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나 1960년 무렵, 그 숫자가 약 300만 마리로 감소했다. 더욱 강력하지만 ‘배설물’은 훨씬 적게 배출하는 신기술에 의해 말이 완전히 대체됐기 때문이었다. 말이 필요 없는 마차, 자동차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제너럴 모터스(올해 포춘 500대 기업 중 10위)와 포드(11위) 같은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자동차도 100년 전 말의 전철을 밟을 것이냐에 관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어쩌면 자동차 수는 정점에 달했을 수도, 아니면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 중일 수도 있다. 2016년 미국에선 1,750만 대의 승용차가 판매됐다. 그러나 작년엔 그 수가 1,720만대로 감소했고, 올해는 1,7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운전면허증을 가진 10~20대 청년 수도 줄고 있다. 1983년엔 20~24세의 92%가 면허를 취득했지만, 2014년 들어선 그 비율이 77%로 급감했다.

그 대신 소유 차량의 대체재가 부상하고 있다. 2017년 우버는 40억 회 공유 서비스를 제공했다. 새로운 세대의 승객들이 기꺼이 차량 공유를 받아들이고 있다. 리프트가 라인 Line 서비스를 시작한 도시들에선, 승객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경우가 전체 서비스의 40% 가량을 차지했다. 무수히 많은 관련 발표와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공유와 전기, 자율주행 자동차-초창기 ‘말이 없는 주행수단’이 제시한 약속들과 같은 신기술들이다-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가 감소한다는 사실은 적어도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업체들에겐 커다란 과제다. 거의 100년 동안 GM은 자동차를 생산해 개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가까운 미래에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장기 전망은 훨씬 더 불확실하다. 오늘날엔 자동차 제조업체와 반도체 생산자, 차량공유 네트워크 운영자, 그리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들은 동시에 발전 중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산업 형태를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Gartner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램지 Mike Ramsey는 이 분야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는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하는 건 110년 동안 GM이 누려온 태평성대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미래의 시장 경쟁에 모두가 뛰어든 구도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9일 디트로이트 르네상스 센터 내에 위치한 GM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CEO 메리 배라.




메리 배라는 2014년 1월 GM CEO에 올랐다. 미국 자동차업체 사상 최초의 여성 경영자였다. 배라는 혁신에서 도태됐던 블록버스터 Blockbuster와 코댁 Kodak의 경영진과는 달리, 최근 진행되고 있는 극단적인 변화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녀는 5월 초 가진 인터뷰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란 걸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배라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팰로 앨토 Palo Alto 포시즌스 호텔 ’시너지 Synergy‘ 콘퍼런스 룸에 마주 앉았다. 미국 101번 국도 위로 보이는 애플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 모양의 큰 유리 건물이 바로 그 호텔이다. 인터뷰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배라는 따뜻하지만, 일견 조심스러워하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친근한 태도였지만, 동시에 GM과 직원들을 극도로 보호하려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배라도 디트로이트에서 이 곳에 막 도착한 상황이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로라 아릴라가-앤드리슨 Laura Arrillaga-Andreessen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배라 자신도 스탠퍼드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녀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같은 기술 덕분에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라는 GM과 인연이 깊다. 그녀는 디트로이트 외곽 지역에서 태어나 당시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 General Motors Institute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 과정은 졸업 후 GM에서 일하게 되는 일종의 기업 결연 프로그램이었다. 배라의 아버지 레이 마켈라 Ray M?kel?는 폰티액 Pontiac 생산 공장에서 39년 간 금형 제작자로 근무했다.

이제 배라는 GM의 급격한 노선 변경을 준비해야 한다. 그녀의 과제는 GM을 급변하는 새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고, 회사의 전통적인 사업분야를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회사 경영진과 경영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용어로 말한다면, GM은 ’양손잡이(ambidextrous)‘가 돼야 한다. 그 외에도 배라는 핵심사업을 최고로 키우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회사 매출과 이익을 100%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배라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노력을 가속화하고 그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한다. 카일 포크트 Kyle Vogt와 500명의 크루즈 오토메이션 Cruise Automation 직원들이 이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GM은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이 스타트업을 2016년 초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찰스 오라일리 Charles O’Reilly는 하버드대 마이클 투시먼 Michael Tushman과 공동 저술한 ‘선두가 되어 업계를 파괴하라(Lead and Disrupt)’라는 저서에서 양손잡이 경영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한 조찬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는 기술 때문에 실패한 기업을 본 적이 없다. 기업들은 이미 기술을 보유했거나, 아니면 기술을 구매할 여력이 있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GM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스탠퍼드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오라일리는 “배라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실히 보장할 순 없지만, GM이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더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메리 배라와의 첫 인터뷰 때,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강조한 바 있다. “문화가 바뀌려면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당시 그녀의 발언은 GM에 특별한 울림을 주었다. 그 때 회사는 100여 명의 죽음을 초래한 점화 스위치 결함 사고 여파로 고전을 하고 있었다. 사실 지난 수십 년 간, GM은 책임을 떠넘기는 관료주의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당시 GM은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 결과 ’내 문제가 아니다‘는 식의 태도와 행동이 문제였음이 드러났다. 배라는 그 연구를 앞세워 안에서부터 GM을 바꾸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그 노력은 2016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내에 있는 수백 명의 ’변화 에이전트‘들이 GM 2020이라는 별칭 하에 조직을 운영했다. 그리고 곧 효과가 나타났다. 첫 2년 간 진행된 ’혁신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s)‘ 프로그램을 수료한 70명의 임원들이 차량공유 서비스 메이븐 Maven 같은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회사는 미시간 주 워런 Warren에 위치한 기술센터의 한 층 전체를 메이븐에게 내주었다. 이 곳은 10여 개의 칸막이 공간, 몇 개의 독립된 사무실, 홍보 및 마케팅을 위해 마련된 라운지를 빼면, 전반적으로 탁 트인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 봄 필자는 완전히 탈바꿈한 워런 GM 기술센터를 다시 방문했다. 디트로이트 GM 본부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기술센터 건물은 1950년대에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이 설계한 GM의 심장부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IT 전문가 2만 여명이 센터의 38개 빌딩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MIT에서 인적 네트워크 및 혁신을 연구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금은 이 곳의 최고인사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아레나 Michael Arena는 “당신이 2년 전에 봤던 건 단지 시작점에 불과했다. 지금은 회사의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기업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있던 GM 기술연구소(Vehicle Engineering Center)를 언급하고 있었다. 통풍이 잘 되는 2층 높이의 유리 건물에선 넓은 로비, 스타벅스, 다양한 종류의 편안한 소파, 영화 ‘스모키와 밴디트 Smokey and the Bendit’에 나온 트랜스 앰 Trans Am 모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보안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아레나는 “모두 업무 중심으로 설계됐다. 직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내향적이거나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무용가구 브랜드 스틸케이스 Steelcase의 브로디 Brody 이동식 칸막이 안에서 근무할 수 있다. 공동작업은 주로 일련의 흰색 책상들 위에서 이뤄진다. 이 책상들은 가설 벽의 연회색 및 원색 패널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라운지 공간에는 큰 평면 TV가 설치돼 있다. 곳곳에 개방된 공간이 많아 직원들간 ’우연한 소통‘이 촉진된다. 식당 테이블 윗면은 오래된 뷰익 Buick과 쉐보레 모델의 후드로 덮여있다. 건물 유리 외벽과의 공간도 충분히 넓다. 그로 인해 생긴 622피트(약 190미터) 길이의 회랑은 역사 깊은 센터 캠퍼스를 향해 있다. 층마다 자연광이 잘 들어온다. 그 때 필자는 문득 쿠퍼티노 Cupertino 애플 신사옥에서 볼 수 있는, 유리 벽 곡면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마일의 복도가 떠올랐다.

사실 이 신축 워런 기술센터는 구글과 페이스북, 허먼 밀러 Herman Miller 같은 소위 혁신기업들 캠퍼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GM 임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작업 흐름에 맞는 업무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이런 혁신기업들의 캠퍼스를 방문한 후 영감을 얻었다. 배라는 “단순히 사무 가구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협업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이행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구속하지 않고,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배라의 이 질문은 상당히 시의적절하다. GM을 흔히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가 이끄는 회사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총 7만 7,000명의 근로자 중 49%가 입사 5년이 채 안 된 신입 직원들이다. 아레나는 “그 같은 유입이 아래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였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인근에 있는 미시간 주 오리온 타운십 오리온 조립 공장에서 쉐비 볼트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는 GM 직원들.


젊은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사항들은 배라가 회사 전반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그녀는 “그들이 가진 기술, 자산, 소셜미디어에 대한 전문성 등이 회사 전반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우리의 멘토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라는 위에서부터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들도 사용했다. 중국 공장 직원에서부터 브라질의 마케팅 담당자까지, 어느 곳이든 조직 구성원이라면 지켜야 할 7가지 행동을 기업 차원에서 정의했다. ‘과감해지기’ ‘지금 바로 혁신하기’ ‘먼저 나서기’ 같은 회사의 방침이 단순히 표어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는 아레나 및 HR 부서와 협업을 통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과정은 업무 지향적인 디자인 사고에 집중했다. 훈계 식 설명은 최소화했다. 작년 10월, 그녀는 과감하고 야심 찬 장기 목표를 공개했다: 사고와 매연, 교통혼잡을 모두 0에 수렴시키자는 스리 제로 이니셔티브 (Zero Zero Zero Initiative)가 그것이다.

배라는 이 이니셔티브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다. 그녀는 “GM은 100년 넘게 사람들에게 이동 수단을 제공해 왔다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 일하는 장소, 도시들의 구조를 바꿔 놓았다. 그들이 사랑하는 일종의 자유도 제공했다. 그렇다면 부작용은 무엇일까? 안전 사고, 차량 충돌,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 그리고 배기가스 배출에 따른 불편함이다. 하지만 신기술의 개발로 우리는 이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준비가 됐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젊은 직원들이 열망하는 공동 목표의식도 제시했다. 아레나는 “기업 목표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직원의 86%는 입사 1년 차에 회사를 떠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 경영진의 트렌드 중 주목할만한 것은 CEO가 직원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CEO는 더 이상 인사 문제를 담당 부서에만 일임할 수 없다. 배라는 이를 실제 구현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핵심 역할을 “전략을 짜고, 위험을 관리하고, 직원들에게 실행권한을 부여하고, 직원들을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마지막 두 가지 역할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녀는 4월부터 7월 말까지, 회사 고위임원 270명을 15~20명씩 그룹별로 만날 예정이다. 중역들의 행동변화 촉진 성과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또한 매 분기마다 최고경영진 14명과 사외 모임도 가질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적정 수준의 신뢰와 미래에 대한 공통의 비전을 세우고, 갈등을 관리할 것인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배라는 인사 관리에서 일종의 ‘낙수효과 (trickle-down)’를 기대하는 듯하다: CEO가 임원들과 신뢰할 만한 열린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들도 직원들과의 관계를 위해 유사한 노력을 할 것이고, 궁극적으론 조직 전반의 관계가 변할 것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배라가 분명하고 과감한 결단을 하지 않았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면, 어떤 것도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로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배라는 지난 4월 “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캐딜락 사업부 사장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녀가 내린 결정들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축소시킨 조치들이었다. 시장 점유율 확장에 절박하게 매달렸던 과거 수십 년 간의 트렌드와는 반대로, 배라는 인도와 남아공 사업부를 폐쇄했다. 그리고 오펠 Opel과 복스홀 Vauxhall을 푸조와 시트로엥의 모기업인 PSA그룹에 매각함으로써, 유럽시장에서도 철수했다. 지난 4월 한국GM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지만, 큰 부담이 되는 딜을 강성노조와 재협상한 후였다.

이 같은 과감한 결정들은 한 때 정부가 구제해야 했던 부실하고 미덥지 못했던 회사를 건실하고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GM의 SUV와 경량트럭에 대한 꾸준한 수요도 거기에 한 몫을 했다.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모두 9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39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오펠-복스홀 매각과 관련된 일회성 부과금과 새로운 세법 때문이었다. 그러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GM의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미 지역 총 마진이 작년과 재작년 모두 10%를 상회했고, 지금도 기업 전반적으로 마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공 덕분에, GM은 자동차 시장의 차세대 리더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배라는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분기별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것이 장단기 계획에 모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오라일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 새로운 기술 시대를 맞아 스스로 변혁을 하기 위해선 세 가지 분야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 찾기(ideation), 사업 배양(incubation), 그리고 규모(scale)이다. 그는 “모두가 전략은 짠다. 모든 CEO들은 혁신에 투자한다. 어떤 기업들은 개발도 그럭저럭 해낸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신사업 확장이다. 수익을 내는 기존 사업에서 자산과 인력을 빼내, 마진이 낮고 기존 매출을 잠식할 수 있는 신사업에 배분해야 하는 시점에서 갈등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배라도 이에 동의한다. “회사는 GM의 자본 배분 프레임워크에 따라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에 재투자하고, 투자 등급 대차대조표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주주에게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GM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핵심 사업을 축소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2016년 초 GM은 우버보다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두 달 후에는 크루즈를 인수했다. 작년 10월에는 스트로브 Strobe를 손에 넣었다. 11명으로 시작한 이 스타트업은 ‘라이더 lidar’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율주행차가 사물을 식별하고, 거리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핵심기술이다. 다만 자율주행차 가격이 일반 자동차 수준으로까지 내려가려면, 라이더 시스템과 전기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져야 한다.

배라와 GM 사장 댄 애먼 Dan Ammann은 스타트업 크루즈의 스타일이나 개발 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 쉐비 볼트 Chevy Bolt의 개발을 주도했던 더그 파크스 Doug Parks가 현재 GM의 자율 주행차 개발을 감독하며 디트로이트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임무 중 하나는 크루즈를 GM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배라는 “크루즈 직원들은 GM에 들어와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GM은 더그 파크스가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기 전까지 크루즈에 개입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스타트업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대기업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자산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즈는 대대적으로 직원을 채용한 결과, 현재 직원 수 500명을 넘어섰다. GM이 인수할 당시 40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직원 대부분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별 특징 없는 건물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8인치 두께의 철문 출입구가 있는 보안 경비가 감시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필자가 방문했을 땐, 밖에 아무도 없었고, 벨을 눌러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과연 제대로 찾아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주차장에서 크루즈 로고와 자율주행차 하드웨어를 갖춘 하얀색 쉐비 볼트 전기차 몇 대를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경비가 나와 건물 안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크루즈는 실제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춘 기업 같았다. 탁 트인 공간, 시리얼 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스타트업의 확실히 빠른 속도도 눈에 띄었다. 지난 2년 간, 크루즈는 자율주행 전기차 볼트를 네 차례에 걸쳐 상당히 개선했다. 첫 번째 버전에선 크루즈 센서와 컴퓨터들이 수작업으로 천정에 고정됐고, 어떤 전선들은 단순히 테이프로 붙인 상태였으며, 자동차들은 오직 기초적인 자율주행 기능들만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 버전은 GM 공장에서 제작된 것이었다(부품의 40 퍼센트가 볼트만을 위해 제작됐다). 운전대를 비롯해 사람이 직접 통제해야 하는 요소가 아예 없었다.

크루즈 자율주행차 쉐비 볼트의 시제품


크루즈와 GM의 임원들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새 버전을 개발하는 것이 두 기업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GM에선 여느 자동차 제조기업들처럼 신차 개발에 몇 년이 소요된다. 안전을 위해 모든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시험해야 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가 마침내 생산 단계에 들어서면, 적어도 1년 간은 특별히 바뀌는 게 없다. 하지만 크루즈 소프트웨어 팀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애먼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정반대 조직을 하나로 묶으려 하고 있다. 표면상으론 완전히 어긋나는 방향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점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우리는 매일 바뀌는 소프트웨어든, 월별로 바뀌는 부품이든, 아예 바뀌지 않고 유지되는 부품이든, 필요한 변화 속도에 맞게 자율 주행차의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애먼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브루클린에 주차해 놓은 미니밴 안에 앉아 있었다. 저녁 6시까지만 기다리면 자동차를 그 곳에 두고 가도 주차 위반 딱지를 떼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주차 게임’이야말로 필자가 기꺼이 포기할 용의가 있는, 일반 자동차의 원치 않는 부수효과다.

작년 11월 경, 배라는 GM의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상황에 대해 역사상 가장 과감한 발표를 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2019년부터 운전대와 다른 수동 조작 장치가 없는 크루즈 자동차, 즉 자율주행차의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GM은 미국 도시라는 것 외에는 어디서 서비스가 시작될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필자는 애먼에게 그 도시가 뉴욕인지 물었다. 크루즈가 현재 맨해튼 도심 지역 지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월가에서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GM 주가도 수혜를 입지 않을까 싶었다. 능수능란하게 유머를 구사하는 뉴질랜드 출신의 애먼은 “아직 그것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이렇게 말할 순 있겠다. 우리의 시험 운행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힌트는 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월가는 대개 자율주행차에 관한 발표를 환영한다. 왜일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장기투자를 하는데, 자율주행차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심지어 이익을 내기까진 더 오래 걸릴 것이다. GM 외에도 아우디와 포드, 폭스바겐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거나, 구체적인 일자까지 밝히면서 실제 운행에 대한 공약을 해왔다. 마이크 램지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아마도 설정한 목표에 대충이라도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포드는 2021년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만약 그 차의 최고 속도가 시속 40마일(약 65km)이고, 오직 도시 중심부에서만 운행된다면?”이라고 반문을 했다. GM 관계자를 제외한, 내가 대화를 나눠본 그 어느 누구도 내년에 샌프란시스코, 혹은 다른 곳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시각들을 배라와 공유했다. 그리고 GM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경영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우려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자가 없는 100%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드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신기술 개발과 함께 순항을 하고 있다. 안전 검사를 시행할 것이고, 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물론 규제와 관련된 부분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대로 된 방향을 따라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이다. 나는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배라는 필자에게 GM의 약속에 관한 부분을 확인해 준 뒤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미래가 어떨 것 같은지 물어온다면, 그녀도 상당히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 기술이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서비스로서의 교통’에 관한 개발은 특히 더 까다로운 단계다.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안전하고, 공유 가능한 자율주행 전기차가 현재의 자동차를 대체해 더욱 더 안전하고 공해가 적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확실하다고 해서 그 목표로 향하는 길이 반드시 분명한 건 아니다. 지금은 해답보다 많은 문제와 모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릴 수록, 그런 비전은 더 늦게 실현될 것이다.

예컨대, 많은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매우 거대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우버의 초기 투자자인 벤치마크 Benchmark의 빌 걸리 Bill Gurley는 필자에게 “실리콘밸리가 추구했던 그 어떤 사업보다 규모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GM의 애먼과 배라 역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리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 라지 커푸어 Raj Kapoor는 “부수효과만으로도 업계에 5조 달러 규모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예컨대 차량 보험, 대출, 휴게소나 주유소, 심지어 부동산 등에서의 변화다(그는 “요즘엔 도시 부동산의 14%가 주차장이다. 물론 (앞으로도) 주차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현재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전기차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프트와 우버는 여전히 많은 손실을 입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실상 모든 도로에서 항상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수준에까지 이르려면, 아마도 수 년이 더 걸릴 것이고 수십 억 달러의 투자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램지는 “우리가 모르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이다”라고 지적했다.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할 수 있다. ‘만약 이 모든 노력이 빛을 발한다면, 실제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리프트와 우버는 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라 보고 있다. 필자는 커푸어에게 리프트도 GM처럼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전망은 상당히 확실하다. 우리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처럼 혁신을 가해야 하는 기존사업을 갖고 있지 않다. 차를 사는 사람은 이미 줄고 있다. 대신 교통을 일종의 서비스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상황은 이와 비슷할 것이다. 미국에선 차로 이동한 거리(마일 수)의 약 0.5%만이 차량공유를 통한 이동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이 성장할 여지가 매우 크다.”

그러나 GM과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먼은 “자율주행 기술과 개발 속도를 통제하는 ‘사람’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상반된 견해는, GM과 리프트의 협력관계가 “점점 줄어든”(한 프로젝트 참여자의 표현이다)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두 기업은 이제 어떤 협업도 하고 있지 않다.

파트너십 체결은 어려운 일이지만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최근의 기술혁신에서 어떻게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초기에도, 수백 개의 장비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제너럴 모터스 역시 인수합병 혼란기를 거쳐 오늘날 확고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개인 교통수단의 새로운 시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 또 어떤 ’괴물‘이 나타날 것인가? 경쟁력을 갖춘, 예상 밖의 기업들이 몇몇 있다. 과거 자동차 제조사에 키를 공급했던 델피 오토모티브 Delphi Automotive는 사명을 앱티브 Aptive로 바꾸고,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구글은 캘리포니아에서 500만 마일 이상을 주행한 자율 주행차 프로젝트 웨이모 Waymo를 별도 기업으로 분리시켰다. 중국의 검색 IT 기업 바이두 Baidu는 자율주행차 업계의 ’안드로이드‘가 되기 위해, 중국과 전 세계에 있는 130개 이상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은 단지 기초적인 신경전일 수도 있다. 애먼은 “진짜 세력 전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자율주행차가 시중에서 운행되기 시작할 때쯤이면 경쟁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년간 GM을 이끌어 온 매리 배라는 회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굳건한 핵심 사업이 앞으로 몇 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설령 모두의 예상보다 빠르게 자율주행차가 도심에서 운행된다 해도 말이다. 그녀는 “우리의 핵심 사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며 “그건 더욱 개선된 안전성과 연료 효율을 갖춘 풀 사이즈 트럭을 미국 중산층에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GM은 핵심 사업과 부수적인 사업 분야에서 모두 인상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볼트 전기차는 단 1년 만에 시제품에서 정식 생산을 하게 됐다. 1회 충전 시 238마일(약 390km)을 주행하는 등 예상보다 훨씬 나은 성능도 보였다.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개발도 발전하고 있다. 한 자율 주행차 경쟁사 임원은 필자에게 “대단히 인상적이다. 2년 반 전만 해도 아무도 GM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완전히 상관 없는, 이 분야에선 뒤처진 기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배라는 CEO 취임 초기, 모든 최고 경영진이 마이어스 브릭스 Myers-Briggs 인성 검사를 받도록 했다.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에 따르면 그녀는 ISTJ 타입이다. 이 타입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분석적이고, 내성적이며,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다. 근면성실하고 신뢰를 주며, 건전하면서도 실용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고 요약된다. 그녀의 타입은 GM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했던 성격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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