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서울 강남역 역세권 유동인구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강남역은 신분당선 개통으로 기존의 메인 스트리트인 10·11번 출구 방면 못지않게 역 남단(2~7번 출구)으로 동선이 활성화되면서 상권이 팽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두 차례 그 곳을 조사한 결과 신분당선 지하철 개통 이전과 이후 주요 역 출구 주변 유동 인구는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유동 인구만큼 주변 점포들의 매출도 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늘도 있었다. 주변 땅값이 엄청나게 뛰면서 새로 들어서는 건물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엄청나게 올라버린 것이다. 대로변 기준으로 임대료는 1년 사이에 3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임대료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되었고 결과적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직영점이 아니고는 살아남기 힘든 상권이 되면서 외형적 성장 이면의 어두운 단면을 노출했다.
산업 개발적 호재는 대부분 상권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호재가 급격한 부동산 시세의 상승을 불러올 경우 일선에서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 또 개발 호재를 믿고 장사를 시작한 창업자들이 개발 완료 시점이 늦춰지거나 개발에 따른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우 투자 비용 회수가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역이 개통한다거나 관공서 이전, 도로망 확충, 학교나 병원 이전 등이 대표적인 호재거리들인데 이런 것들이 발표되는 시점부터 임대료가 들썩이는데도 많은 사람이 그 지역에서 창업한다. 그런데 교통이 개선되면 오히려 외곽 상권이나 광역 상권으로 소비축이 이동해 버리기도 하고 대형 집객 시설이 들어서면 부속된 상업 시설로 집중되면서 기존의 가두 상권이 위축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주요 상권의 영업 유지 기간을 통계화해보면 신규 역세 상권이나 개발 예정 지역 내 상권보다 일산 화정역, 광명 철산역, 안양 범계역 등 1기 신도시나 수도권 위성 도시의 배후 세대 두터운 도심 상권이 영업 유지 기간이 훨씬 길었다. 즉 안정적인 영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소위 말하는 착시 현상 즉 유동 인구나 굵직한 개발 호재는 뒤에 숨어 있는 함정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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