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목상권은 지금도 변신 중이다. 목적은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도톤보리 상인들은 오사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2년 전부터 도톤보리강 인근에서 봉댄스 등과 같은 퍼포먼스까지 펼치며 관광객을 유인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규제만 주장하고 스스로 변하지 않은 우리 골목상권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 골목상권은 소비자 니즈에 맞춰 변신하면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었다.
◇ 변해야 산다…우리는 ‘소비자바라기’=도톤보리에 과거 사라졌던 극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쇼핑과 먹거리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해 손님들의 발걸음을 잡아두려는 포석이다. 에도시대에 10개까지 있던 가부키 극장은 40년 전 5개로 줄었고 몇 년 전 1곳만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노력으로 총 4곳으로 늘어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지 상인들은 5년 전보다 관광객이 2배 늘었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구이다오레 인형을 현 구이다오레빌딩으로 옮기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며 “구이다오레 기념품들도 더 많이 생겨나 관광상품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를 위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형 유통업체의 드러그스토어 옆에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소상공인들의 소형 드러그스토어 점포들 가운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곳도 종종 발견됐다. 도톤보리의 한 건물 2층에서 개인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유키 미쓰야스 사장은 “2~3층의 작은 가게들도 지속적으로 변신하지 않고 홍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점포를 내놓아야 한다”며 “건너편 카페에서도 우리 가게의 프로모션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고 관광객들이 편하게 쇼핑을 하고 쉽게 택스프리를 받을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신속히 대응=도톤보리 골목상권에서 소매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10년 전에 비하면 업종이 많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버블이 붕괴되고 경기가 나빠진 가운데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던 대점법까지 없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대거 문을 닫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골목상권으로 하여금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상공인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전단을 제작해 함께 홍보 일선에 나섰다.
또 관광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파는 가게로 업종을 바꾸는가 하면 기념품 선물가게들은 오사카·도톤보리·신사이바시에만 있는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세상에 없는 상품들을 만들며 진화해 갔다.
북적대는 인파를 뒤로하고 도톤보리강을 유유자적하게 지나는 리버크루즈를 관망하며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호놀룰루 카페 역시 팬케이크, 아이스볼 커피 등 지속적인 메뉴 개발과 고급화 전략으로 단순한 카페 명소가 아닌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사카 내 인바운드 여행을 담당하고 있는 이호영 롯데호텔 오사카 소장은 “오사카에 관광객이 급격히 몰려오자 다코야키·오코노미야키·라면집 등 길거리 음식점이 늘어 어느 때보다 작은 상점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노루 기타쓰지 도톤보리 상인회 사무국장은 “도톤보리 시장에는 원래 드러그스토어가 없었는데 대형 약국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덩달아 작은 곳들도 잘된다”면서 “드러그스토어가 기존의 다른 점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곳에 새로 생기는 것이어서 대형 자본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30대 중국인 관광객 후이천씨는 “대형 드러그스토어에서 분명히 쇼핑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드러그스토어가 자주 눈에 띄니까 계속 쇼핑거리가 생긴다”며 “호텔로 돌아가기 전까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쇼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상인들이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사카=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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